'끊어지지 않는 고리'를 조절하는 방법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잠에 드는 것이 쉽지 않다.
하루를 마감할 때 오늘 있었던 일들과 인간관계 문제, 내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걱정과 같은, 생각과 감정 덩어리들이 엉켜서 말끔하게 잠에 들기 어려워진다.
이럴 때 나는 일단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사실 생각을 통제하는 것은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우리가 특정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 또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자꾸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마음이 지금 잠드는 것보다 그 생각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위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당장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확인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금 잠들지 않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니까 일단은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다음 머릿속을 비운다. 그래도 생각이 떠오를 때에는 흰 도화지를 상상하고 먹물 같은 생각을 흰 물감으로 덮거나 지우개로 지우는 상상을 한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지우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생각의 움직임이 고요해진다.
만약 형체를 알 수 없는 감정 덩어리가 자꾸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면 이 때는 감정의 수도꼭지를 일단 잠가버린다. 물처럼 떨어지고 있는 감정을 수도꼭지 잠그듯이 끊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호흡을 하면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집중한다. 낮이라면 신체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잠에 들기에 성공했다면 다음 날 머릿속이 맑아졌을 때 어떤 생각이 자꾸 떠올랐는지를 종이에 여과 없이 적어본다. 그다음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실행하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므로 현재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인지한다.
감정을 대처할 때에도 비슷하다. 지금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무엇에 대한 불편함이나 두려움인지를 적어본다. 과거에 겪었던 일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억울한 상황인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거나, 어떤 사람과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감정의 원인일 수 있다.
이럴 때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지금 해결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면 실행하고, 그럴 수 없는 일이라면 앞으로는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생각해보자. 이미 지나간 일은 보내주고 새롭게 다가올 상황에서는 다르게 대처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관계에 대한 어려움은 그 관계가 나에게 얼마큼 중요한 것인지를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것을 지표삼아 지금 내가 신경 쓰면서 투입하고 있는 에너지가 적당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관계라면, 내 일상생활의 건강한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잘 가꾸어나가기 위한 중심을 잡는 것이 좋다. 반면 중요도가 낮은 관계라면 수면을 줄여가면서 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 중요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 자꾸 걱정하게 된다면, 그 관계가 잘못됐을 때 내가 입게 될 피해나 채워지지 않을 결핍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중요하지 않는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나의 결핍을 채울 수 있음을 상기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면 본질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생각과 감정은 우리 내면에서 작용하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내 맘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가 되기도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의 목소리인 생각, 감정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친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괴롭게 하면서 통제의 영역 밖으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가 아닌, 나를 돕기 위해 마음이 말을 거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생각과 감정이 말하고 있는 지혜를 잘 활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