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지는 경험에 대하여
나를 성장시키는 '양면'의 경험
인생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들은 모두 나를 키우는 자양분이자 재료가 된다.
그것이 나에게 좋게 느껴지든, 좋지 않게 느껴지든 상관없이 두 방향의 경험 모두 내면을 성장시키고 삶을 깊이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교류함으로써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겪는 유쾌하고, 불쾌한 경험은 나라는 작은 세상의 밖을 내다보는 데에 도움이 된다.
공간과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부대끼고 다투고, 양보하고, 어울리면서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타인들에 대해서 뿐 아니라 혼자라면 알 수 없었을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한다. 서로 바라보고 있는 관계를 통해 나의 내면이 거울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특히 이기고, 지는 경험은 양극단에 있는 것 같지만 이길 때에도, 질 때에도 나에 대해 이해하고, 삶에 대해 깨달을 수 있 수 있는 동일한 기회가 된다.
우리가 이길 때에는 기분이 좋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꽤 강렬한 쾌감이 빠르게 마음을 충족시킨다. 자신이 누군가의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 그들보다 쓸모 있고 가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동안 불안해할 필요 없이 안정권 안에서 누리며 살면서, 더 이상 삶의 궁극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과 노력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 해서 이기는 것이 항상 우리에게 좋은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이겼다는 것은 ‘특정한 기준’에 의해 인정받았다는 것이고, 그 만족감은 나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이김으로 인해 얻게 되는 만족은 세상이 이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규정한 기준을 충족한 보상으로써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내가 날 어떻게 보는지를 '타인의 기준'을 통해 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세상의 기준에 부합함으로써 얻게 되는 만족에 길들여진다면 외부세계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나의 '내면의 순수한 동기, 흥미, 호기심'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
사람들의 인정으로부터 오는 쾌감과 만족이 강렬하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은은하고 덜 자극적인 ‘내적인 동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나 자체로는 어딘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타인의 인정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허무함과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는 이유이다.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스스로 채우고 만족하는 법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지는 경험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졌다는 생각이 들면 자존심이 상하고 불쾌한 감정이 든다. 내가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고, 사람들이 날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때론 내가 틀렸다는 것,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존재가 부정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쉽사리 인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무엇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자신의 민낯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더라도, 실패하더라도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고, 내 인생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기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죽음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착각'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세상은 내가 지더라도 잘 돌아간다. 내 인생도 나의 실수와 실패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체험하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때론 고통스럽기도 한 '지는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는 경험은 처음은 고통스럽지만 더 단단하고 본질적인 성취와 만족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이기고, 지는 경험은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삶의 단면 중 일부이다. 그것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다음번에는 더 나은 관점으로,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 중에 어느 한쪽만 좋은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인생공부'로써 활용한다면 생의 시간을 더할수록 본질적으로 채워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