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져도 받지 않고, 스치듯 흘러가기
만약 운전을 하는 데 갑자기 옆 차가 끼어든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데 어깨를 툭치며 앞을 막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 기분이 상할 것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상대가 의도했든, 아니든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몰아넣거나, 내 흐름을 막는 일이 생기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해관계가 엮여 있거나, 자주 얼굴을 보며 함께 일해야 하는 관계라면 접점이 많은 만큼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평온한 호수 같은 마음에 돌을 던지는 익명의 그들을 향해 화를 낸다 해서 내 마음이 다시 잔잔해질 수 있을까?
나의 경우에는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 똑같이 대응하거나, 그 사람이 그칠 때까지 무대응으로 꾹 참아보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지고 피하고 싶은 상황에 엮여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모든 방법이 이미 방해받은 내 마음을 다시 고요하게 만들어주진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피해를 받은 만큼 갚아주거나, 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 자체가 아니라 방해받기 전의 평온했던 마음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하고 집중이 끊겼다해서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계속 지속되게끔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예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 기억났다. 직장에서 누군가가 여가시간에 예상하지 못했던 팔씨름 경기에 참가하라고 등을 떠밀었는데, 그분은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웃으며' 그냥 그 공간을 나왔다고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 나의 고요가 방해받는 상황에 놓였을 때 '왜 갑자기 원하지 않는 일에 휘말리게 하냐'라고 화를 내거나, 꾹 참고 그 역할에 참여하는 것은 둘 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있으나 없는 것처럼, 방해받았으나 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 나오는 것'이 가장 나를 위한 것이다.
부처님도 나를 욕하는 사람에게 대응하는 방법으로써 마치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다시 돌려주면 그만'이라고 하셨듯이, 내가 방해받았으나 '받지 않으면' 쉽게 해결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순간의 평화가 깨졌을 때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내 존재를 무시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이러한 상황이 각자의 동선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방해 받은 것이지만 상대는 어떤 의도를 의식하지 못한 채 했던 행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무 큰 부정적인 의미를 두거나 많은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야 할 길을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상쾌하게 가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다. 주변의 방해에 자꾸 마음이 쓰일 때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내 발을 움직여 그 상황에서 돌아 나오는 것' 뿐이다.
'내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두고 그 고요함이 깨지지 않는 것에 집중한다면, 물이 바위를 둘러싸며 유연하게 흐르듯이 우리의 걸음도 유유히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