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끈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그 순간의 나와 인연이 서로 닿았다는 뜻이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길을 걸어간다. 나의 가정환경, 가치관, 성향과 능력 그리고 운이 여러 가지로 작용하여 만들어진 길일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인생길이 접점을 이룰 때도 있고, 동행할 때도, 어긋날 때도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인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와 인연이 닿은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우리의 인연이 닿아있는 때까지, 인연에 의한 방식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어떤 인연은 잠깐 만났지만 내 인생의 경로를 바꿀 만큼 큰 영향을 주기도 하고, 어떤 인연은 어쩌다 보니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인연도 있고,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인연도 있다.
나에게 '좋은 인연'만 가득하다면 인생이 안정적이고 상처받을 일이 없을 텐데 왜 '악연'이 있는 걸까?
나는 인생의 인연은 '그 마다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 모두 내 인생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기 위한 필요에 의해 생겨나는 것 같다.
나를 힘들게 하는 악연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 사람과 잘 맞지 않으며,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마음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내가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의 사람에게 자꾸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인연을 만나게 해서, 결국 꼭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끊어내고 거리를 둘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 보는 눈을 키워서 '다음에는' 비슷한 악연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 부분에서 필요한 인생공부를 하고, 성장하게끔 이끌어주는 것이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부대낌을 인정하지 않고 꾹 참았다가 나중에는 비슷한 느낌의 사람을 또 만나게 되는 경험도 하곤 한다. 그러한 일들 또한 '마음을 솔직하게 알아차리고 인정하게끔' 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기는 일인 것 같다.
때론 내가 '억눌러놓은 감정이나 욕망'을 끄집어내고 대면하도록 자극하는 인연도 있다. 이상하게 어떤 사람이 싫거나 질투가 난다면 그런 상황일 것이다. 무언가를 원하거나, 경멸하는 마음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외면하고 부정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치부해 버린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게끔'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특징이 이유 없이 싫을 때에는 나의 '상처'와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 특징이 있는 사람에게서 받은 과거의 상처 때문이거나 그 특징을 사실은 원하고 있지만 충족되지 못해서 생긴 상처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치유하라는 '신호'이다.
인연은 나의 고립된 마음을 알아채고 해소함으로써 '진짜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인생을 이끈다. 악연이 옆에 있는 것 같다면 내가 왜 불편함을 느끼는지 관찰하고 그 사람과의 인연으로 인해 '어떤 점을 깨닫고 바꿔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악연의 깊이가 깊을수록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관계가 비춰주는 모습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얻어야 하는 점'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비슷한 성격의 인연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은 무섭고 슬픈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성격의 인연이든, 결과적으로 그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끝이 난다는 것이다.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되든 그 인연들을 '거울삼아' 나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악연으로부터 벗어남과 동시에 좋은 인연 또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상대방에게 하나의 인연으로써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산다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인생공부를 함과 동시에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끌어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인연이든, 나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