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 대한 피드백으로 고객조사의 전반적인 과정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에 디테일한 노하우에 앞서 전체 윤곽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글은 인하우스에서의 신제품 컨셉 기획 및 잠재고객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린스타트업 관점에서 작성했습니다.
기업은 신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과정에서 시장조사, 고객조사를 합니다. 뭉뚱그려 시장조사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목적과 방법이 다르므로 차이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시장조사는 이 분야에 뛰어들지 말지부터 시작해 기업의 큰그림과 전략에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가?
- 가격구조와 수익성은? 나는 얼마나 벌 수 있나?
-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가?
- 경쟁 상황은? 내가 잘할 수 있고 유리한가?
반면 고객조사는 좀 더 구체적인 제품/서비스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 고객이 과연 이걸 좋아하고 매력을 느낄까?
- 어떤 고객이 가장 큰 불편을 겪고 있을까?
- 고객이 입소문을 낼만한 핵심은 무엇인가?
- 돈을 지불할 만큼 진짜 필요로 하고, 가치있게 생각할까?
특히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한 요즘 시대에는 잠재고객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분위기입니다. 린스타트업의 '제품을 만들기 전에 고객 먼저 개발하라'는 접근법은 물론이구요.
하지만 시장조사 결과물이 각종 통계/도표 등으로 접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고객조사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기업 내에서조차 타부서에 쉽게 공유하지 않는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실무를 통해 경험적으로 배웠고 그 과정에서 체계화된 지식에는 목말랐습니다. 이 주제를 요청하신 페친분도 스타트업을 준비하시면서 비슷한 갑갑함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에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고객조사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 글은 가장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뷰/설문/현장관찰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일을 할 때 '왜'라는 질문은 정말 중요합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늘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 왜 고객을 만나는가?
- 현재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 얻은 결과를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 즉, 이 활동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인가?
고객조사는 기본적으로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새로운 분야를 탐색할 때죠. 그래서 잠재고객 조사에는 설문보다 1:1인터뷰, 현장관찰이 강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팀원들과 하루 정도 깊이 몰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의 생각과 가설들을 모조리 끄집어내서 출발점을 맞춰놓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 전혀 몰라서 알아내야 할 것
- 긴가민가 해서 확인하고 싶은 것
특히, 팀원들 간에 생각이 다른 경우
- 서비스/제품 개발하면서 우선순위가 필요한 부분
가설이 없는 고객조사는 허무합니다. 비효율적이고 뻔한 내용, 듣고 싶은 내용만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편의상 단락을 나눴지만 사실 1번과 밀접하게 엮어서 고민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처음엔 아주 구체적으로 범위를 좁혀 타겟 고객을 정의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나 린 캔버스에 들어갈 바로 그 고객 세그먼트를 가설적으로 정해보는 거죠.
고객조사 관점에서는, '30대 직장인'은 좀 과장하면 '그냥 사람'이라는 뜻과 같습니다. 어떤 소비패턴과 성향을 가졌는지,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어떤 대안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등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브랜드 자전거를 구매한 사람', '최근 6개월 내 헬스클럽을 다닌 적이 있는 사람' 같은 것이죠.
타겟을 좁혀놓고 보면 시장규모가 충분한지 불안감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를 따지기 전에 수요가 있기는 한지, 내 솔루션이 그 수요에 맞는지가 우선입니다.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조사 방법은 그룹 인터뷰, 1:1 심층 인터뷰, 설문조사입니다. 최근에는 제품개발 초기에 한명씩 개별 인터뷰를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건 린스타트업 접근법의 정설로 자리잡았죠. 비용/시간 효율 때문에 대기업에서 잘 못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고객조사 방법은 방법은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현재 어떤 단계에 있는지,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크게는 탐색과 검증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같은 설문이라도 탐색 단계에서 실태조사 겸 활용하거나, 검증 단계에서 수백명 단위로 실시할 수 있습니다.
질문 순서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은 응답하기 쉽게, 수집되는 데이터가 왜곡돼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우선, 질문할 내용을 과거/현재와 미래로 나눠봅니다. 과거/현재는 보통 고객의 구매경험, 사용경험, 행동와 태도, 인식 등을 파악합니다. U&A(usage & attitude)라고도 합니다.
- OOO를 왜 구매했는지?
- 그 브랜드/상품을 선택한 이유는?
- 가격, 품질, 디자인, 사용편의 중 어떤걸 가장 중시하는지?
- 현재 얼마나 자주 이용하고 있는지?
- 불편점 및 개선사항은?
반면 미래는, 잠재고객 조사이므로 '이러이러한 컨셉의 제품/서비스를 선호하십니까? 구매하시겠습니까?' 등의 질문이 해당됩니다.
중요한 건 왜곡된 응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둘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질문자의 의도가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든 설문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제품 컨셉을 여러 개 제시한다면 순서를 섞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나 설문에 응할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대상자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 친구/가족/지인이나 그들 소개 (SNS 포함)
-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사람에게 콜드콜/콜드메일
- 리서치 전문회사를 통한 리크루팅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에나 스몰 비즈니스에 리서치 회사를 통한 설문조사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과의 신뢰성이나 도움되는 정도에 비해 몇백만원의 비용이 실용적이지 않안 것 같아서입니다. 차라리 직접 인터뷰를 뛰면서 잠재고객을 이해하고 관계를 만들어 초기 거점고객 확보로 연결시키는게 낫다고 봅니다.
결과 측면에서만 봐도 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건 '한 다리 건넌 아는 사람' 내지는 약한 관계(weak tie)에 있는 지인입니다. 리서치 회사를 통해 모은 응답자는 금전 보상만 바라고 온 사람들이 뒤섞여 있고, 친구, 가족은 사회적 관계가 너무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필요한 구체적 노하우는 앞으로 각각의 글을 통해 다룰 예정입니다. 인터뷰 관련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해주세요.
관련글 :
데이터 정리는
- 인터뷰 끝난 직후에 중요한 내용 메모, 정리
- 응답자별 녹음/사진 파일 정리
- 종이 설문지 답변내용을 엑셀에 입력
- 또는 구글폼, 웹설문으로 응답받은 결과를 엑셀로 변환하여 분석하기 등이 있을텐데요.
설문결과 분석은 따로 다루기로 하고, 결과 정리가 흐지부지되기 쉬운 인터뷰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고객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과와 인사이트를 팀원들이 다같이 공감하는 것입니다. 고객을 만나면 새로운 걸 알게되고 생각이 한발짝 나가게 되는데요. 그런데 때로는 나 혼자 확신에 차 아이디어가 너무 멀리 나가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을 만나고 학습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지식수준, 생각하는 제품개발 방향에 싱크로를 맞추면서 진도를 뺄 필요가 있습니다.
팀원이 모두 다같이 인터뷰에 참석할 수 없다면, 현장감있는 공유를 위해 끝난 직후 메모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확한 고객의 표현, 고객의 언어 그대로요. 물론 더 좋은건 2명이 참석해 한명은 대화를 이끌고 다른 사람은 노트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녹취록 수준으로요.
사람의 기억력은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관심있는 내용만 취사선택해서 듣고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록을 놓고 팀원끼리 얘기를 나눠보면 내가 놓친 부분, 상대방이 놓친 부분을 크로스체크 하면서 의외의 인사이트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조사의 전반적인 과정을 정리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너무 깊이 들어가는 부분들이 생겨 몇몇 주제는 다음 글감으로 갈무리하고 최대한 요약해 보았습니다.
세부적으로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많은 도움 되겠습니다. 아울러 내용에 대한 어떠한 의견이나 반론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