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과 외력의 싸움
나의 삶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부정의 기운을 둘러싼 용어들을 내 삶에 다 때려넣은 것처럼 말이다. 빛을 향해 나아가려 하면 묵직한 어둠의 기운이 나의 발목을 둘러싸 넘어지게 한다. 넘어지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넘어지다 보면 포기하고 싶어 진다.
아, 난 그냥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빛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삶에는 속임수로 가득하다. '이게 빛이야, 이게 행복이야, 이게 너의 인생이야'라는 달콤한 속임수. 내가 전생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는 까마득하게 잊은 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로 태어나 세상으로부터 듣는 말이 달콤한 속임수라니. 각자가 원하는 빛의 형태는 다양한데, 삶은 끊임없이 정해진 빛의 형태를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빛의 형태와 삶이 제공하는 빛의 형태와 끊임없이 싸운다. 전쟁이 시작된 거다. 내력과 외력의 싸움이다.
인간에게 지원체제가 필요한 이유는 그 싸움에서 (쉽게) 승리하기 위함이다. 조그마한 아이는, 어둠으로 둘러싸인 아이는 그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을 꿈도 꿀 수 없다. 작은 아이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래서 부모의 사랑과 선생님의 교육과 나라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조합이 적절히 이루어졌을 때 아이는 싸울 용기가 생긴다. 만약 하나라도 삐그덕 거린다면 다리가 부러진 의자처럼 끝없이 방황한다.
싸움의 시작은 쉽다. 주변인들의 응원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끝나지 않는 전쟁에서 점점 많은 이들이 떠나가기 시작한다. 자기 인생 살기도 바쁘기에. 결국 혼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때부터 진짜 시작이다. 진정한 내력과 외력의 싸움. 과거 누군가의 응원으로 살아내기도 하고, 스스로 공부한 것을 토대로 살아내기도 하고, 자기만의 시간 속에서 살아내기도 하고, 몸을 키워 살아내기도 한다. 때로는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조차도 지쳐서 다 던져버리고 싶기도 하다.
난 왜 살고 있는 걸까
난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
이 싸움이 끝나기는 할까
한참을 달리다 지쳐서 휴전을 선언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의 시간은 흘러간다. 언제까지 쉴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또 전쟁을 시작한다. 후반전의 시작이다. 기나긴 이 싸움, 어떻게 하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싸움에서 승리하여 내가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달려왔다면, 이제는 완급조절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전략을 바꾼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을 써야 할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체력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주지 못하면 아무리 주변에서 도와준다 한들, 전략을 세우는 것도,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도, 힘을 써야 할 때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싸움의 주체는 본인이니 말이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지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