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난자 채취 실패-공난포
우여곡절 9월 채취의 여정이 끝났다.
9/14 처음 병원을 찾았고 9/18 클로미펜 반응이 없는 걸 확인했다. 교수님은 자연주기에 맞춰보기로 하고 9/24 병원에 오라고 했다. 교수님에게 난 어떤 환자일까 궁금하다. 가능성이 낮은 환자인 건지 해볼 만한 환자인 건지. 불편한 듯 편하게 추석을 보냈다.
9/24부터 유트로핀 주사를 시작했다. 2019년 겨울쯤 다음에 한 번 써보자 말은 들었는데 병원을 쉬면서 그렇게 이년만에 유트로핀 시도를 해본다. 또 생각했다. 괜히 병원을 쉬었어.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유트로핀의 반응이 있었다. 난포는 더디지만 커간다고 했다.
10/5 병원을 방문했더니 교수님이 10/7로 채취 날짜를 정해줬다. 아 드디어 여기까지 와보는구나. 남들 쉽게 오는 채취가 난 9개월이 걸렸구나. 채취 38시간 전에 맞아야 한다는 난포 터지는 주사 시간과 설명을 듣고 돌아왔다. 출근 채비를 하고 늦장을 부리고 있는데 익숙한 듯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피검사에서 호르몬 중에 00 수치가 높아 조기 배란될 가능성이 높아요.” 간호사 선생님이 설명을 하는데 머리가 멍해졌다. “지금 당장 주사 맞으시고 내일 첫 시간에 시술해요.”
간호사 선생님의 반복되는 설명이 마음이 다급해졌다. 늦장 부리지 않고 외근을 나가다 이 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찔했다. 늘 남편이 주사해줘서 자가주사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두려움 같은 것도 없었다. 멍 투성이인 배 가운데 적당한 자리에 주사 두 방을 찔렀다. 조기배란 경험이 있어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선 외근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0/6, 생리 3주가 지난 시점에 채취를 위해 수술대에 누웠다. 오늘 첫 번째 시술 환자. 초음파를 보는 선생님 입에서 조기배란이란 말이 나올까 봐 너무 무서웠다. 채취를 한다는 말과 함께 잠들었다. 아 다행이다.
간호사가 흔들어 깨웠다. 아 시술이 끝났구나, 잘 잤구나. 곧 주치의 교수님이 왔다. 그런데 교수님이 생각지 못한 난관에 봉착한 소식을 전했다. 채취한 2개가 공난포라고.
공난포. 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나도 겪는구나. 나는 1-2개 나오는데 그게 공난포라니.
14일 동안 주사를 맞고 마음을 졸이고 멍든 배를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천장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절대 절대 울지 말자, 다음에 또 하면 되지. 울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에. 남편을 보고도 절대 울지 않아야지.
회복실을 나와 남편을 마주했는데 모든 마음이 무너져버렸다. 영문도 모른 채, 늦게 온 남자들은 정자 채취를 하러 들어가는데 자기 이름이 불리지 않아 의아하고 불안했다고 한다.
이렇게 9월 채취는 실패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