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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오리 Oct 24. 2019

(난임일기 1) 시험관 시술을 해보기로 했다

난자 채취의 문턱 넘기

결혼 4년차에 접어든 2019년 1월, 임신을 결심하고 난임 전문 병원에 가 산전 검사를 했다. 자연임신의 노력 없이 병원에 직행했다. ‘난소 기능 저하로 인한 난임’. 나는 이미 내가 난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 년 전 겨울, 산부인과에서 아주 우연히 알게 됐다. 그때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것도 아닌데 병원 밖을 나올 때까지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 2019년, 임신 결심을 하고 다시 검사를 해본 건 좋아졌을 거라 기대해서가 아니라 시험관 시술을 위한 절차일 뿐이었다.


시험관 시술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난자 채취이다. 그 과정은 생리 2일째에 시작한다. 생리가 시작하면 이틀째에 병원에 가 초음파 검사 후,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채취에 돌입하기 위한 주사를 처방받는다. 난포를 많이, 그리고 빨리 키우는 주사다. 매일, 열흘 정도 자가주사를 하고, 나의 경우 2일에 한 번씩 잘 크고 있는지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갔다.


2019년 2월, 생리 시작과 함께 시험관 시술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나는 주사에 대한 공포가 꽤 심한 편이다. 누군가는 엄살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날카로운 바늘이 피부를 뚫는 게 아프고 두렵다. 남이 놔주는 주사도 힘들기 때문에 자가주사는 불가능이라 단언했기에 남편이 매일 아침 출근 전 주사를 놔줬다.


2월에는 난자 채취에 실패했다. 난자가 약물에 반응이 없거나 도로 퇴화한다고 했다. 주사만 잔뜩 맞고 그렇게 다음 달을 기약했다.


3월이 됐다. 다시, 생리 이틀 째에 병원에 갔다. 이번에는 교수님도 주사량을 조절했다. 그렇게 2주 정도 주사를 맞았던 것 같다. 드디어, 채취 일정을 잡고 배란 유도 주사를 받아왔다. 배란 유도 주사는 주입 이후 이론상 38시간 후에 배란이 된다고 했다. 채취 시술이 배란되기 직전 즈음 계획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주사해야 했다.


나는 교수님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이 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지’, ‘이젠 이 사람이 내 자궁에 대해서 제일 잘 안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채취 날, 우리 부부는 둘 다 휴가를 내고 병원에 갔다. 전두환이 소환된 날로 기억한다. 뉴스에서 계속 떠들어댔으니까.


수술실에 들어가기 위해 탈의를 하고, 수술복을 입고, 혈관에 굵직한 수액 바늘이 들어갔다. “마취 들어가나요?”


간호사 선생님이 마취는 담당교수가 초음파로 난자 상태를 확인하고 들어간다고 했다. 삼십 분 즈음 수액을 맞다가 교수님이 도착해 수술실로 걸어갔다.


수술대에 눕자 교수님이 따뜻하게 팔을 잡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도시오리님, 주사 제때 맞으셨죠? 배 아픈 건 없으셨고요? 초음파 먼저 확인하고 시술 들어갈게요.”


교수님이 초음파를 시작했다. 초음파는 언제나 불쾌하지만, 초음파 후 약간의 정적이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정적 속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채취해야 할 난자가 배란돼 버린 거다.


“배 아프지 않았어요? 배란돼서 이번엔 못할 것 같습니다. 조금 쉬다가 진료실로 오시면 돼요.”


교수님이 자리를 뜨고, 나는 영문을 모른 채 일어났다. 수술실을 나올 때까지 정신이 까마득했다. 수액 바늘을 뽑고, 간호사가 내 등을 안자 초점 없는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간호사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교수님도 간호사 선생님도 안타까워하고 난 그들 앞에서 울었다.


대기실로 나와 남편 품에서 다시 한번 크게 울었다. 남편도 밖에서 이미 듣고 초조해하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이 동요할까 봐 숨어서 울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달에 주사 맞은 것도 수포로 돌아갔다.


기억해보면 주사를 맞고 잠들었는데 배가 아파서 잠시 깼다. 그런데 나는 생리통이 거의 없고 장이 약해 배앓이도 자주 하는 편이라 그 통증이 배란통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제는 채취를 앞두고 배만 좀 아파도 무섭다. 대체 난자를 채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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