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 에피소드
역사의 시대가 도래하자 신화는 차츰 신성함을 잃고 사람들에게 그저 재미 있고 허황된 신들의 이야기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신화는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생각의 폭을 최대한 넓혀주는 더할 수 없이 유익한 자료이다. 더 이상 올림포스 신들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신화를 통해 당대 인류의 보편적 정서와 꿈을 알 수 있고, 인간 본성의 진실을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는 당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도덕과 윤리를 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실현하려는 정신이 내재돼 있으며, 신처럼 완벽해지기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 있다. 신화 속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신화를 모르면 서양 문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고전 속에 신화 속 인물이나 이야기가 인용돼 있으며, 풍부한 상징과 비유의 보고이기도 하다.
기원전 3천 년경, 크레타섬의 미노스 왕이 있었다. 그는 백성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언을 했다.
“바다에서 아름다운 수소가 땅으로 올라올 것이다.”
왕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수소를 올려 보내주면 그 소를 신에게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수소가 너무 아름다워 왕은 신을 배반하고 소를 궁궐에 가둬 키웠다. 그러자 포세이돈은 화가 나서 미노스의 아내가 수소를 사랑하도록 만들었고, 결국 수소와 왕비 사이에서 머리는 소,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났다.
미노스 왕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다이달로스를 시켜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게 하고 사나운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이곳에 가뒀다.
당시 아테나이인들은 미노스 왕의 강권으로 총각 처녀 일곱 명을 조공으로 바쳐야 했는데, 미노 스왕은 이들을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제공하고 있었다. 아테네 왕자 테세우스는 이런 재앙으로부터 백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인질이 되기로 결심을 하고 크레타 섬으로 향했다.
미노스 왕에게는 아리아드네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인질의 무리 속에서 테세우스를 발견하자 그만 한눈에 반했다. 그녀는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칼과 털실 뭉치를 주었다. 테세우스는 미궁 입구에 털실을 묶은 뒤 줄을 풀면서 미궁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괴물을 처치한 후 인질들을 구해서 무사히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신화에서 유래된 ‘아리아드네의 실’은 그후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실마리란 의미로 사용된다.
테세우스는 출항하기 전에 부왕에게 자신이 승리하고 귀국할 때 흰 돛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왕자는 서둘러 귀국하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부왕인 에게우스 왕은 테세우스가 죽은 줄 알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래서 이때부터 이 바다는 ‘아이가 이온(에게 우스의 바다), 즉 ’에게 해‘라고 불린다.
한편 미궁에 갇힌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도 탈출을 시도했다. 그들은 밀랍으로 새의 깃털들을 붙여 거대한 날개를 만들었다. 그 날개를 이용해 미궁을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한껏 마음이 부푼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러다 태양 가까이까지 간 그는 그만 밀랍이 녹아 날개는 분해되었고, 끝없이 아래로 추락한다. ‘날개 없는 추락’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