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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Jul 19. 2018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 는  중고등 논술 필독서입니다.  책의 수업 목표는 토론을 통해 작품이 오늘날의 현실과 어떤 연관성을 맺으며, 과학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소설의 제목이 왜  「멋진 신세계」일까?  질문했더니, 대부분 제목 자체가 의미하는 바는  전에 수업했던 여러 작품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아이러니 기법 (반어법)이라 어렵잖게 대답했습니다. 그런 제목을 붙인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 각자 읽은 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작가가 소설의 제목을 ‘멋진 신세계’로 붙인 이유는 소설 속 신세계는 결코 멋지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작가는 멋진 신세계 속 사람들의 삶을 통해 어떤 세계가 진짜 멋진 세계인지 묻고 있는 것 같아요.'' 

''(멋진 신세계)를 통해 인간 복제의 문제를 풍자하고, 생명마저 기계로 조작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있어.''


'' 세상이 너무 편리하고 풍족하기만 하면 오히려 나태하고 방탕해질 거예요.  작가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멋진 신세계)를 통해 과학의 과잉 발달이  불러올 재앙을 경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작가가 제목을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바를 대체적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책은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과학과 물질이 주는 편리와 풍요로움 이면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지, 그것들을 맹신하고 남용할 때 인류에게 어떤 재앙이 닥칠지 경고하면서,  앞으로 인간이 과학기술과 더불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멋진 신세계)는  과학이 극도로 발전된 미래 사회에서의 다양한 변화를 예측한  반유토피아적 풍자소설로 이미 고전소설의 반열에 오른 작품입니다.  탁월한 상상력으로 현실 가능한 미래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학생들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 점은 책 속에 사용된 용어의 생소함과  내용의 난해함이었습니다. 그래서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았고,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소요돼 부담됐다고 합니다.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다양한 측면으로 분석하고  사고하는 과정,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의 과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독이 요구되며 그만큼 시간도 걸립니다. 

그런 어려움을 감안할 때 학생들이 완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특하고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토론을 통해 다시 책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미처 몰랐던 사실을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멋진 신세계'는 어떤 사회인지 학생들과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멋진 신세계는 '인공 부화와 습성 도야국’이라는 곳에서  인간을 생산해 냅니다.  보카노프스키 과정에 의해 하나의 난자에많은 싹들이 자라나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각자 유리병에서 양육됩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지능과 능력이 다른 5계급의 인간이 만들어지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어김없이 수행해야 합니다.


 세계는 공동, 균등, 안전을 모토로 하고 있으며, 개인의 사생활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감정과 이성은 어릴 때부터 수면학습을 통해 통제되는데, 소마나 감정대용약과 같은 약물로 현재의 고통을 해소하고, 늘 행복한 감정에 젖습니다. 자율적인 사고나 창의성은 태어날 때부터 아예 차단되고 기계에 의해 조종되는 삶입니다.


그럼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과학문명이 극도로 반달된 멋진 신세계는 왜  인간의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일까요?

 

학생들은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해 우열로 계급을 나누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도록 끊임 없이 세뇌시키는 것은 인간 존엄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결국 인간이 인간을 통치하고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과학이 악용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상류층은 지식을 독점하고 하류층은 책이나 꽃 등을 만지면 전류가 통하도록 학습돼 지식과 아름다움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주고, 수면학습이나 약 투여 등으로 사고능력을 빼앗아 보다 더 쉽게 인간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럴 듯하게 말하면 사회 안정화를 꾀하는 일이지요.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인물 존은 신세계를 갈망하여 자신이 살던 야만의 세계를 버리고 멋진 신세계로 왔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삶을 택합니다. 작가가 존을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요?


''존은 멋진 신세계를 기대하고 왔지만 사랑하는 여자 레니나의 문란한 성생활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더구나 자신의 어머니  린다가 죽었음에도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에 대해 실망스런 마음이 컸어요.''

 

''행복하기 위해 신세계에 왔지만 이 세계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슬픔과 괴로움도 없이 오직 쾌락만이 있는 세계라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슬픈 감정들이 없으면 행복의 의미도 없을 것 같아요.''


''존은 인간 존엄성이 무시되고 과학의 노예가 돼버린 신세계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정신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를 별종으로 만들어 심한 소외감을 느꼈을 거예요. 요즘도 자신들과 다르다고 왕따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존은 멋진 신세계에 염증을 느껴 원시적 삶을 살기 위해 홀로 등대  위로 가서 살기로 결심하지만,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되고 멸시와 조롱을 당하면서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 같아요.''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작가는 존을 통해 과학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 주지만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남용하면 인간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즉 과학이 인간을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가 된다면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그렇다면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 멋진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고통과 슬픔은 물론 자신의 한계까지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진정 멋진 신세계란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계입니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희로애락을 느끼며 모든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고,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삶을 강요하는 세계가 아닌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인간을 복제하여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발상은 모순된 것입니다. 인간은 한 사람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고 무엇으로도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존귀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인간을 마음대로 복제하고 유전자를 조작하게 되면 생명 경시 풍조가 사회에 만연될 것입니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유전자 우열로 조작된 다섯 부류의 인간처럼 인간을 분류하여 각자의 역할을 정해 준다면 이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나 다름 없습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한 존재로 대우 받아야 마땅합니다. ''


학생들 모두 훌륭한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에게 많은 혜택과 안락함을 준 것은 분명합니다. 인간이 누리는 풍요로움 속에서 인류 문명이 발전되어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계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위한 과학과 유전공학이 인간에게 해가 된다면 우리는 과학과 인간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편리함과 안락함만을 추구하고 물질만을 중요시하는 삶의 방식을 지양하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질과 기계에 종속되지 말고 인간의 자율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통해 주체적이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가 지켜지며, 신분적 차별 없이 평등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때 진정 ‘멋진 세계’가 될 것입니다.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며 과학과 기술의 편리함만을 생각했지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막연히 의식했던 문제들을 깊이 생각하고 성찰해 보는 기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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