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논술 도서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은 서간체 소설로 청년 베르테르의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다루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작가와 그가 살았던 시대를 알아보았습니다.
괴테는 1749년 8월 28일 독일 부유한 시민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지대한 교육적 관심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그 후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는데, 폐병에 걸려 고향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옵니다. 건강을 회복한 뒤에 다시 법학 공부를 끝내고 변호사 개업을 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결국 작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괴테가 살았던 시대는 엄격한 형식과 결과를 중시하며, 합리적 이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젊은 세대들 사이에는 이성과 계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후반에는 독일에서 계몽주의가 최고조에 달했는데, 이런 풍조에 반발해 감정의 해방, 개성의 존중, 천재주의 등을 주장하면서 슈투름 운트 드랑(질풍노도) 운동이 일어납니다.
고전문학 수업을 할 때 특히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당시 역사적 상황과 사상의 조류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소설 속에 반영된 사회 문화적 맥락을 모르고 표면적 줄거리만 읽는다면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작품 속에는 작가가 살았던 시대와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세계관, 가치관이 담겨 있어, 궁극적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과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곳은 발트하임 주변의 아름다운 전원 마을로 메마른 도시 생활에 지친 베르테르가 자연을 통해 심신을 회복하고자 했던 곳입니다. 베르트르를 통해 표현된 감성적이고 풍부한 정서, 순수함은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로 출발한 질풍노도와 낭만주의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억압하는 일체의 권위와 기존 체계로부터 벗어나고픈 열망의 표출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르테르의 성격과 그가 추구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속적인 의미에서 소설 속 사랑은 삼각 관계 내지는 불륜, 이뤄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 등으로 불려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품 외적 여러 요소를 충분히 숙지하여 판단한다면, 소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베르테르에게 사랑은 사회적 규제와 속박에서 벗어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제로서, 삶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랑이 좌절됐으니 상실감이 무척 컸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런 측면으로 보았을 때 그의 극단적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작품 속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깊이 읽기가 필요합니다. 능동적 독서를 통해 표면적 내용에 함몰되지 않고 행간이나 이면에 감춰진 다층적 의미를 유추하고 추론해 낼 수 있는 안목과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테르가 친구인 알베르트의 연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본능과 이성, 현실과 이상의 충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로테의 존재는 베르테르가 추구한 자아 실현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로테를 결코 자기 연인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 베르테르는 삶의 목적을 상실하고, 자포자기하여 결국 권총 자살을 합니다.학생들에게 주인공의 극단적 행동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질문하고,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각자의 견해를 밝히는 글쓰기를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데 공감은 했지만, 개중에는 '사랑도 돈 주고 살 수 있다.' 는 말을 해서 물질 중심의 현세태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지요.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고 살아갈 희망과 목적이 생깁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인생은 더 충만하고 풍요롭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실망하거나 좌절하고 또 삶을 포기할 만큼 큰 슬픔에 빠집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는 로테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약혼자가 있습니다. 결혼할 상대가 있는 연인에게 사랑을 느껴 괴로워하는 젊은 베르테르에겐 그녀를 자신만의 연인으로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그녀와의 사랑은 그 시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죠. 당시 부도덕한 사랑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므로 그들의 명예나 가족에게 치명적 영향을 주고,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추방당할 수도 있는 큰 시련이기에 두 사람이 마음 속으로 사랑하고 있다 해도 현실에선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베르테르가 로테를 사랑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 사랑을 이룰 수 없다고 자살을 택한 것은 잘한 일이었을까요?
'베르테르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자살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사랑의 감정도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을까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일단 다른 일을 하면서 무조건 떨어져 있어야 해요.'
'처음엔 베르테르도 그렇게 생각하고 한동안 다른 도시로 갔었잖아요. 그런데도 로테를 잊기는 커녕 오히려 더 그리워했어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수록 더 집착이 커지는 것 같아요.'
'자살은 자신은 물론 주변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줍니다. 또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를 불러올 수 있어요.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자살한 청년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지요?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줄 수 있어요. 자살은 고통을 해결해 주는 근본적 방법이 될 수 없어요. 다만 현실 도피라는 불명예를 줄 뿐이라고 생각해요.''
다행이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요즘 청소년 자살이 늘어나는 현실을 생각하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로서 늘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책을 가까이 하는 아이들은 '어리석은 자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버리지만 현명한 자는 같은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간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현명한 사람이 돼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견뎌낼 것입니다.
수업을 마치면서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나 태도에 대해 의견을 모았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강요하거나 자신의 열정만을 내세워서는 안됩니다.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열정과 충동으로 사랑을 미화해선 안됩니다. 이룰 수 없다고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자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는 사랑의 형태를 띤 집착일 뿐입니다. 결국 진정한 사랑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두터운 믿음이 쌓일 때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