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계단에 앉아 김범수의 '후회가 싫다'를 듣는다. 지난날의 사랑을 후회하는 남자의 절규가 마음을 파고드는 것은 깨어진 사랑의 아픔보다 변할 수 없는 사실 앞에 소용없는 후회를 하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모습이 눈에 밟혀서이다.
선택을 해 놓고 후회하는 일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마음대로 되겠는가. 돌이켜 보면서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후회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길은 늘 아쉽고 미련이 남는 것처럼 선택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자신이 무엇을 하든 만족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을 늘 불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택에 대한 후회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라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무의식 속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두고 늘 머리와 마음이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충분히 생각하고 신중한 결정을 했음에도 결국 마음이 동하는 대로 선택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마음이 약해서라고 후회한다. 그렇다면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어느 정도 자기 최면이나, 평소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원치 않은 결과를 맞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자는 것, 나의 선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실수나 과오가 있었다면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만약 최선을 다했다면 더더욱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나 일부 교과서적인 답변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이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아님 머리는 잘 알고 있지만 그 계산이 싫어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현실은 멀리보다 당장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나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욕망 성취에 대한 조급함이 성급한 선택을 조장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란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이기에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는 정말 소용없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삶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며 선택을 강요한다. 선택을 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삶이기에 기실 후회란 필연적 인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후회스러운 삶이 실패한 삶은 아니란 것을. 역설적으로 후회는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후회를 통해 잘못을 반성하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면은 더 성숙해질 것임을 안다. 끝없는 선택이 삶이라면 후회란 삶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기에 떼려야 땔 수 없음을 자각한다. 다만 후회 없는 삶을 살려는 노력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