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자주 먹었다. 그것도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았다. 질릴 만도 한데 또 먹는 걸 보면 선택의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반, 본능적 욕구만 채우고 빨리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급한 맘이 컸었던 듯하다.
사실 시간에 쫓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먹는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일이란 없다. 온전히 먹는 데 집중하면 시간은 물리적인 것에 불과하다. 짧은 시간도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며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어른들은 깡마른 아이가 안쓰러워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 했다. 그럴수록 아이에겐 먹는 것이 점점 강요와 의무처럼 느껴졌다.
밥에 반찬 하나만 먹으면 빨리 여기서 벗어나 더 좋아하는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특유의 냄새가 싫었거나, 씹는 것이 귀찮았을 지도, 딱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먹는 일이 단순히 생명유지 수단이라면 삶의 질은 떨어질 것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먹는 재미로 산다'는 친구를 볼 때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세상만사 억지로 되는 게 없듯이 그런 시절이 있었다. 먹는 게 전혀 즐겁지 않았던..
시간이 많이 흘러 가끔 김밥을 먹는다. 그때와 달리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재료는 구색을 맞춰 넣지 않고 좋아하는 김치와 시금치, 달걀 정도만 넣고 간단하게 만든다.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먹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매력적인 것들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다른 무엇에 심취했기에 상대적으로 먹는 건 귀찮은 의식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었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아무리 맛있고 좋은 음식도 스스로 즐겨 먹지 않으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은 인생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한 생명 보존이 아닌, 존재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의 발로란 생각이 든다.
시간이 많아진 요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나이와 비례해 변화되는 몇 가지 중 하나는 건강에 대한 생각과 염려이다. 건강식을 찾아보고 만들고 먹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먹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어디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