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 경 Apr 18. 2018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독서논술 지도를 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진솔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10년을 넘게 해 온 일이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책임감을 느낍니다.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아이들 앞날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책이 아이들 인성에  자양분이 돼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사회를 잘 이끌어나간다면 이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것 같아요^^

'어린 왕자'는 중등 필독서입니다. 그래서 중학생들과 통합논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다 읽은 후  무엇을 느끼거나 알게 됐는지 물어보았어요. 그런데 별로 느낀 것이 없다고 말하거나, 감흥없이 짧게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소설 속 세상과 자신의 삶을 연결짓지 못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어린 왕자) 처럼 동화적 요소가  강하고, 함축성 깊은  비유를 통해 삶의 본질적 가치를  다루는 작품일수록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인물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황을 객관화하지 못해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힘듭니다. 따라서 작가가 인물을 통해 전하려는 주제의 핵심을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견해를 밝히는 글쓰기 활동이 어렵게 됩니다.

왕자와 여우의 경우처럼  어떤 대상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 본 경험을 글로 쓸 때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한 것은  '특별한 관계맺기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왕자와 여우의 경우처럼 특별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대화하고 관계 맺고 또 바로 헤어지는 속전속결의 대인관계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이 서로 눈빛과 마음으로 교감하며, 오랜 시간을 두고 참을성 있게 서서히  조심스레  다가가  맺어진 왕자와 여우의 진실한 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과 문학이 만나는  시간은 더욱 중요하고 특별한 것 같아요. 시대가 소중한 가치를 잃고 방황할 때일수록 문학의 역할은 필요하며 큰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작품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야기의 단순한 이해와 감상을 넘어 책이 전하는 그무엇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주는지 성찰하고, 앞으로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과 독서수업을 하면서  늘 아쉬운 점은 스스로 책을 읽고  미래의 꿈과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색해가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독서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해요. 그러면 교사의 입장으로  '그건 핑계야' 라고 일축하지만 아이들의 처지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열심히 독서를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수행평가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얻기 위해, 학과 공부에 도움이 되는 어휘력과 독해력, 비판, 논리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특별하게 책 자체가 좋아서 독서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편독한다는 문제점도 있어요.

 

'어린 왕자'는 순수한 왕자의 눈을 통해 보이는 것만 중요시하는 어른들의 현실적 세계를 비판하고 여우와 어린 왕자의 만남을 통해 존재의 진실한 관계맺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여우에게 어린 왕자는 ‘수만 명 중 하나에 불과한 사내 아이’였으며 어린 왕자에게 여우 또한 많은 여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러나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순간 서로는 특별한 존재로 맺어집니다.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여 봐.''

 ''어떻게 해야 하는데?''

''우선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엔 나랑 좀 떨어져서, 풀밭에 앉아있어. 그러면 널 곁눈질로 힐끗 보겠지. 넌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이란 오해를 낳기도 하니까. 그러다가 매일 조금씩 더가까이 앉는 거야.''


길들인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어요.  '찬구를 원한다면~'을 통해  대부분 어렵지 않게 '서로 친구가 되는 것'이라 대답했어요. 그러나 이어서 서로 길들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어보니  아이들 몇몇은 자신은 상대에게 길들고 싶지 않다. 왜 구태여 서로를 속박해야 하냐고 말했어요. 아이들 말 속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고 존중해 주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지금의 세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시 경쟁만을 강조하는 학교생활에서 친구는 배려와 존중의 대상이 아닌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쉽그러다 보니 진실한 인간관계가  힘들어집니다.


아이들과 '어린 왕자'를 읽고 토론하고 글쓰는 과정에서 현재 인간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비유적으로 제시한 소행성 주인들의 사고와 행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문제의식을 갖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토론의 결과물로 참다운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고 했습니다.

책의 주제를 되짚어보며 아이들과 토론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모색했어요. 아이들이 처음과 달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게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책 속 인물의 말에 공감하며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것, 오랜 기간 서로 믿음이 쌓일 때 관계가 더 친밀하고 돈독해진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진실하게 사귄 친구일수록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데도 같은 의견이었이요. 그러나 진정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개인적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적 차원에서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아보았어요.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회의 인식이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질만능시대에 흔히 일어나는 경제적 수단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되고, 개인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고, 인정받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싹터 진실한 관계가 이뤄진다고 했어요^^


또 어떤 일에 대한 결과만을 중시하여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적 차별을 지양하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도 관심을 갖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때  인간 관계가 돈독해질 거라고 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사회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어린 왕자)와 같은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치를 깨닫고, 삶 속에서 실현코자 노력할 때 성숙한 인격을 갖게되어 순수한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대를  자신의 이익 유무에 따라 평가하고 사귀는  풍조를 비판하고, 사회 구성원이 '어린 왕자와 여우'처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서로 느끼고 공감하는 사이가 될 때  진정 건강하고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를 꿈꾸는 '파울라 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