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로 엮여 있는 일본, 한국, 중국이 다르듯 동남아시아로 묶여있는 국가들도 제각기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머릿속에 항상 커다란 묶음으로만 존재하던 이 낯선 지역의 한복판에 들어와서야 너무나 다양한 나라들이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갑자기 미얀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2시간 반. 생각보다는 긴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내렸더니 너무나 거대한 공항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크기보다 더 놀란 것은 밀림에 온 듯 푸른 나무들이 가득한 중정을 품고 있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진면목을 보고 나서였다.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는 자연의 기운이 공항을 기분 좋게 압도하고 있었다. 일본 유명 건축가 키쇼 쿠로카와가 설계를 맡았다고 한다. 1992년 완공되었다고 하니 20년 전에 이렇게 과감한 생각을 현실로 옮길 수 있었던 그의 전문성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재미있는 것은 밀림 같은 중정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이 나있어 자유롭게 입출입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중정으로 들어가 보니 짧은 산책길이 있었고 귀여운 인공폭포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미얀마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소소한 여유와 유머가 있었다.
말레이시아로 들어오는 첫 관문이 나를 압도해서일까. 생애 처음 방문해 보는 말레이시아 수도는 여러 가지로 나를 놀라게 했다. 다양한 인종, 현대적인 건축물들, 빠르게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에너지 모든 것이 박진감 있고, 싱그러웠다. 산책을 하다가 거대한 쌍둥이 빌딩과 마주하는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했다. 물론 쿠알라룸푸르 도심 지역에서 2박 3일 동안 도보로만 이동한 후의 소감이라 도시의 매우 단편적인 모습만을 담은 소회일 것이다.
내가 그간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에 미얀마로 돌아와 미얀마와 말레이시아의 1인당 GDP를 살펴보았다. 2022년 IMF 통계 기준, 미얀마가 1,100 미불 수준인 반면, 말레이시아는 13,000 미불 정도였다. 10배 이상의 경제력 차이가 나는 두 나라. 물론 1인당 GDP가 국가의 모든 면을 담아낼 수 없지만 이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미얀마 사람들이 왜 인근의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동남아시아를 더 알고 싶어졌다. 천천히, 하지만 성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