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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 바다 Apr 11. 2023

칼라단 프로젝트


아직은 인도차이나 반도 왼쪽 끝에 자리 잡은 이 커다란 나라 미얀마가 낯설다. 인도와 중국 대한 지식도 짧은 나에게 이 두 나라의 각축장이 되었던 인도차이나 반도의 역사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회사에서 2주 만에 한 번씩 미얀마의 여러 사안에 대해 짧은 보고서를 쓸 일이 생겼는데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 보니 그 과정만으로도 꽤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팀원과 같이 써나가는 작업이라 팀원의 노력을 무단도용 하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다루어 나갈 흥미로운 주제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짧게나마 글을 남겨보려고 한다.


첫 번째 보고서 주제는 칼라단 프로젝트. "칼라단 복합환승운송 프로젝트(Kaladan Multi Modal Transit Project)"라고도 알려진 거창한 이름의 인도-미얀마 간 연결(connectivity) 프로젝트이다. 칼라단이란 인도와 미얀마의 국경지대에서 형성되어 미얀마 영토로 내려오는 강 이름이다. 칼라단 프로젝트는 인도 콜카타(Kolkata)에서 미얀마 시트웨(Sittwe) 항구로, 시트웨 항구에서 칼라단 강을 따라 팔레타(Paletwa) 내륙항으로,  팔레타 항에서 인도 미즈람(Mizoram)州까지 이어지는 해상 수송로와 육로를 잇는 사업을 일컫는다. 

@위키피디아: 칼라단 프로젝트

콜카타항과 시트웨 항을 잇는 항로는 약 539km, 그 외 수송로는 약 500km 다 합쳐서 1000km가 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잊을만하면 미얀마 관영지(Global New Light of Myanmar)에서 인도와 미얀마 고위급 간 칼라단 프로젝트가 논의되었다고 보도가 된다.


사실 이 칼라단 프로젝트는 인도와 미얀마 간 연결프로젝트이지만 미얀마보다는 인도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 건설 사업에 소요되는 약 480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비를 인도가 대부분 부담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인도의 강한 추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칼라단 프로젝트는 인도 콜카타항에서 인도  미즈람州, 즉, 인도 본토와 북동부 인도를 잇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인도 본토와 떨어져 있고, 경제적으로 낙후되었으며, 문화적, 인종적으로도 이질적인 북동부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특히, 현재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천연자원(탄화수소-인도 전체 매장량의 1/5)이 풍부한 이 지역과의 운송로 확충을 위해 도로, 철로 건설 등의 지원(약 162억 미불)을 다각화해 온 것이다. 그간 인도는 북동부 미조람州를 잇는 기존 통로로 ▴방글라데시와의 국경지대를 통과하는 실리구리 회랑(Siliguri Corridor) 혹은 ▴방글라데시 남부 치타공(Chittagong)항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 두 통로 모두 방글라데시를 경유하는 통로로써 방글라데시의 복잡한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다른 국가를 경유하는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대안으로써 칼라단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에는 실리구리 회랑(1,880km) 통로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통로가 완성되는 것이다. 


한편, 인도는 미얀마를 통한 인도태평양과 아세안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이 칼라단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인도는 그간 아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동방정책(Look East)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 왔으며, 2014년에는 이를 확대시킨 신동방정책(Act East Policy)을 표방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해 왔다. 칼라단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는 경우, 현재 인도가 추진 중인 인도-미얀마-태국 3자 고속도로(Trilateral Highway) 보수사업와 연결되어 인도-미얀마-태국 3개국뿐 만 아니라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에 이르는 대규모 연결 프로젝트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1,360km에 이르는 대규모 인프라 보수 프로젝트는 30% 정도 완료된 이후 진전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질적인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 유인으로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미얀마 지역 내 중국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미얀마 시트웨(Sittwe) 항구는 라카인州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인도 내륙으로 운반할 수 있는 전략적 항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항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남단에는 중국이 지원중인 짜욱퓨(Kyaukphyu) 경제특구 및 심해항 건설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물론 아직 아세안 지역 내에서 인도가 중국의 대등한 견제 세력으로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규모면에서 부족한 측면이 크다. 단적인 예로 인도가 아시아 국가들에 지원하고 있는 개발협력 사업의 규모(2014년부터 현재까지 개발협력 규모를 합쳐도 1,100불을 상회하는 정도)를 모두 합쳐도 중국 일대일로 예산(약 8,380억 미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칼라단 프로젝트 앞에 놓인 도전과제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칼라단 프로젝트는 현재 미얀마 친州와 인도의 미조람州를 잇는 110km 정도의 미완성 구간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 구간은 미얀마 내에서도 군부와 반군부 세력 간 무장 투쟁으로 인해 정세가 불안정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친州는 상대적으로 분쟁이 적었던 지역이었으나  2021.2월 군부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급격히 불안정해지기 시작하였으며, 대규모 미얀마 실향민들이 인도로 이주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이 목격되고 있다. 


또한, 시트웨항은 아라칸州의 州都인데 이 아라칸州에서 활동하는 아라칸부대(AA)는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인도가 주도하는 칼라단 프로젝트에 비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실제 칼라단 프로젝트 건설사업 현장 노동자들이 아라칸부대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들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최근 발표는 아니지만 2020년 초, AA는 중국이 AA를 인정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AA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였다. 정세가 불안한 친州와 라카인州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칼라단 프로젝트 앞에 쉽게 풀 수 없는 도전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2010년에 개시되어 2014년에 완공 예정이었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2023년 현재, 아직도 110km 구간의 육로 완공은 어려워 보인다. 정치적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하여 미완공 구간이 단시일 내 완공된다 하여도 대표적인 분쟁지역을 상시로 지나야 하는 이 프로젝트가 가야 할 길은 험난해 보인다. 매력적인 칼라단 프로젝트를 두고 인도의 고심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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