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함
무심한 듯 아닌 듯 그 어딘가 경계를 배회 중이다. 시크한 척 무심한 척 세상사에 관심 없는 척하고 있지만 진정 무심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한때 가까웠던 그녀들과의 관계에 이제는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한 척 밀어냈지만, 끈끈했던 관계를 쉽게 잊을 수 있을까. 넘치는 관심을 주체하지 못해 스스로 끊어냈던 건 아니었을까.
드라마 ‘도깨비’(2017)의 공유나 ‘흑기사’(2018)의 서린, 백희, 영화 ‘아델라인’(2016)속 주인공 아델라인. 남들보다 오래 사는 사람들. 문득 그들의 인생과 관계를 떠올렸다. 잠시 스쳐 가는 사람들, 모든 관계에 에너지를 쏟아내기엔 남들과 다른 자신의 삶에 한계를 반복해야만 하는 사람들. 긴 일생 인연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그들은 매 순간 무심하게 보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치열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지만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을 무심한 척 흘려보냈을 뿐. 그렇게 보내지 않으면 감정의 요동이 더 커질 테고 버티기 힘들 테고.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친분과 관계의 사람들, 공간과 분위기.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용하게. 소소하게 관계를 맺을 테지.
오랜만에 여유로운 주말을 느끼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고립되어 있는 나를 본다.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나만의 시간 속에서 홀로 흐르는 인생처럼. 오늘도 잡생각을 하며 마음에 주름살을 하나 더 만들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처럼 나도 오늘을 무심하게 보내야겠다.
티 나지 않게 치열하게, 티 나지 않게 무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