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생생한 봄의 기운이 좋다. 아름다운 꽃도 좋지만 차갑고 메마른 땅을 뚫고 솟아 나오는 새싹의 힘이 좋다.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봄날의 새순들. 잎눈도 좋고 꽃눈도 좋다. 조금 지나면 원래부터 푸른색이었다는 듯 초록 밭으로 변할 나무와 이름 모를 풀로 뒤엉키는 숲이 되겠지만 아직 푸름이 뒤덮이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엔 새싹의 힘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이시기를 맞이할 때쯤이면 쑥을 캔다. 어릴 적 할머니와 동네 잔디밭에 나가 쑥도 나물도 캐던 기억으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칼을 들고 나간다. 그렇게 뜯어와 쑥국을 먹으면 비로소 봄날이 내게 찾아온 것 같다.
그래서 봄날이 좋다. 흐린 봄도 좋고, 비 오는 봄도 좋고, 햇살이 강렬한 봄도 좋다. 모두 비슷한 초록으로 변할 여름보다 작은 새싹 하나에 감동하게 되는 봄이 좋다.
한동안 뛰는 즐거움에 빠져 나를 놓치고 지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주말마다 바깥으로 돌고 내가 지닌 모든 기운을 끌어모아 달리기에 쏟았다. 나를 다시 찾아가는 시기의 요즘, 무엇보다 달리기와 멀어졌다. 그 시절 인연들과 멀어졌다는 말이 정확하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뛰고 있는 사람들, 여전히 에너지 가득한 사람들과 다르게 나는 아래에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