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는 스승의 날 선물 받았던 루소 드립백 중 케냐. 케냐가 이렇게 진한 향인 줄 어릴 적엔 미처 몰랐다.
커피가 너무 써서 못 먹던 어린 시절, 데이트하러 예쁘장한 카페에 갈 때엔 다른 것은 먹지 못하니까 그나마 핸드드립이라는 이름으로 제법 비싼 가격으로 뒷페이지에 쓰여있던 그 케냐 aa. 커피맛도 모르던 시절 쓴 맛을 피하기 위해 마셨던 그 시큼+밍밍한 맛을 기억했는데 루소의 케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진득한 향에 심지어 바디 감도 무겁다. (바디감이라는 말을 이럴 때에 쓰는지는 모르겠다.) 내 취향이 바뀐 건지, 이전 기억이 왜곡된 건지, 루소가 블랜딩을 잘 한 건지. 이유야 어쨌든 요즘은 커피가 나를 위로한다.
쫓기듯 살지 않기로 다짐한 올해, 올해 중 가장 쫓기는 달을 보내고 있다. 너무 오랜만에 아침 커피를 마신다. 아니, 엊그제도 분명 이런 시간을 보냈지만 기억이 안 난다. 하루를 바쁘게 쪼개 쓰고 있다. 너무 쫓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나도 참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작년엔 오사카 풀 마라톤을 준비한답시고 그렇게 뛰어다니느라 바빴는데 올해엔 +a 더 많은 무언가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더 놓치지 전에 바짝 정신 차려야 한다. 하나씩 해치워야 한다. 이 글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어서 하나씩 해치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