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일상] 라테와 안나

by 아무

카누를 살짝 녹인 후 우유를 부어 카페라테를 만들었다.
얼음 덕분에 인위적으로 차갑지 않은 적당한 온도의 라테는 지금, 이 계절에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으슬으슬한 날엔 차가운 우유가 서늘하게 느껴지니까.

라테를 마시며 책상 한쪽에 펴놓은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다. 여러 일정 덕분에 빠르게 읽을 수 없었는데 그 덕에 주인공들의 마음 상태나 상황을 오래 곱씹을 수 있었다. 안나의 불안함이 고조되었다가 팽팽하던 긴장이 탁 끊어짐을 느꼈다.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마음 졸이며 사랑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시절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그랬듯, 브론스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안나가 어떤 행동을 할지 짐작이 된다. 그때의 내가 그랬듯이. 사랑했고,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아름다운 여성, 안나. 그녀에게 감정 이입되어 마음이 먹먹하다.

한없이 어리고 아름답게 빛나던 나의 청춘에 안나처럼 맹목적인 사랑을 경험해보았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고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톨스토이는 어쩜 이렇게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을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닌가 보다.

먹먹함을 뒤로하고 하루를 이어가야 한다. 안나는 안나이고, 나는 나니까. 오늘도 살기 위해 깨어있는 선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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