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랜섬웨어 그 후

by 아무

ppt, hwp, psd, ai등의 문서 파일은 일단 지능적으로 모두 쓸 수 없게 만들었고, 수많은 사진 자료 중 폴더명이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있었던 2013년 자료들이 먼저 사라지고 있었다. 지난밤 이상 기운을 감지하고 외장 하드 연결선을 빼 버린 게 신의 한 수 였는지, 남은 자료들도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이미 사라진 방대한 자료를 내 손으로 하나씩 영구 삭제하다 보니 나 정말 열심히 일했구나 싶다. 늘 항상 그렇게 열심히 일해왔구나.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데 사서 고생을 하며 학년의 체계성을 위해, 스스로의 완성도를 위해, 일주일에 10개 이상의 수업을 지속해서 몇 년 동안 해온 그 노하우가 모두 사라졌다. 그걸 하나씩 확인하며 내 손으로 삭제하는 데 4시간 정도 걸렸고, 그리고 오랜만에 감기가 찾아왔다.
그래, 이번엔 감기 걸릴 만 해. 고생했다. 수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늘 그래왔듯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울고 싶은 시간이 계속 찾아왔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에게 쌓여있는 업무는 내가 아니면 누구도 대신 해주지 않으니까. 그래도 밝은 미소를 머금고 업무를 이어가야 하니까.
싫다 정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