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보통 이상의 하루

by 아무

온종일 제법 괜찮은 하루였다. 좋은 사람들과 나쁘지 않은, 아니 보통 이상의 순간들을 보냈다. 하지만 퇴근길 택시 기사의 배려 없는 태도 덕에 마음이 상했다. 평소면 3,300~3,500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삥 돌아서 4,200원에 도착했다. 골목길로 우회전 해야 하니 속도를 줄이자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그때마다 속력을 더 내어 우회전해야 할 모퉁이를 아예 지나쳤다 서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블록 끝까지 크게 한 바퀴 돌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5분 정도 더 소요되었고, 갈아타려던 지하철 두 대를 보냈다. 이럴 거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지. 몇백 원 더 벌자고 아둔한 척 하면 택시기사 전체가 욕을 먹는다는 걸 왜 모를까. 그렇게 서로 불쾌한 기운을 주고받으면 감정의 에너지도 흔들리고 온종일 불편할 텐데,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지 모르겠다.


택시기사의 배려 없는 태도에서 나를 돌아 본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나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순간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몇백 원을 더 벌기 위해 아둔한 척 모르는 척 나의 5분을 빼앗아간 택시기사처럼 나도 어떠한 순간에는 너보다는 나의 무엇에 집중하여 상대방의 어떤 것을 들여다보지 못한 순간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렇게 관계에 둔감해지고 서로 뾰족해진 모서리를 드러낸다. 서로의 상처로 찢고 찢기고 상처받고 오해하며 너덜너덜해진다.

요즘의 내가 딱 그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