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삶을 살아간다는 것

by 아무

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오전,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오늘로 나의 부모님은 그들의 부모님을 모두 떠나보냈고, 고아가 되었다. 부모님을 떠나보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직은 상상할 수도 없고, 생각하기도 싫은 남의 이야기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언젠간 마주해야 하겠지.

아빠와 엄마를 힘들게 하던 할머니가 미울 때도 있었고,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바닷가 외딴곳 외동아들인 할아버지에게 시집와서 깐깐한 시어머니를 모시며 한평생 일곱 명의 자식을 키워낸 나의 할머니.

외할머니는 지난 8월에 보내드렸고, 친할머니는 이번 10월에 보내드렸다. 몇 년 전부터 꽤 오랫동안 아픔과 쓸쓸함을 호소하고 가족과 함께하길 바라셨던 친할머니, 9개월 동안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계셨지만, 그 이전엔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신 외할머니, 두 분은 살아생전엔 조금 다른 아픔을 겪으셨지만, 마무리는 같았다.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아직 부모가 아니어서 두 분이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마무리하셨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가시는 길 더는 힘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처럼 기운 없는 가을날, 정신 차리고 하루를 버티기 위해 카레 죽을 끓였다. 따뜻하게 한 사발 먹고 오늘을 버텨내야지.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선물해주신 내 인생 감사하게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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