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도전기] 새싹 키우기

by 아무

D-day 8
다음 주 토요일은 텃밭에 모종을 옮겨심기로 한 날이다. 퇴비로 밭을 갈아엎은 후 삭히는 시간, 약 2주 정도가 지나면 무언가를 심어도 괜찮은 땅이 된다. 자연 전문가 어머니의 도움으로 토종 씨앗을 구해와 모종판에 씨앗을 뿌렸다. 동화나 영화처럼 맨 밭에 씨를 훌뿌리면 새의 밥이 되기 쉽다.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질 때쯤 새 떼들이 몰려와 밭을 휘덮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새들의 먹거리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곳에 있다. 함께 사는 세상이지만 옹기종기 모여 앉아 누군가 뿌려놓은 씨앗을 먹는 새들이 얄미운 건 사실이다. 밭에 씨를 뿌린 후 비닐을 덮어 씌우면 새에게 먹힘을 당하지 않겠지만, 요만한 텃밭 농사로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플라스틱 모종판을 구입했지만, 이건 내년에도 재활용이 가능하니까. 일단 여기에 씨를 뿌리고, 새싹이 자라나면 밭으로 옮겨 심을 예정이다.


‘종자 전쟁’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필요와 수단을 따지며 효율적인 것만을 추구해왔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약한 자는 강점 한두 개가 있더라도 강자에 의해 수정되거나 사라져 왔다. 씨앗도 마찬가지. 재래종 씨앗은 개량종보다 수확량이 좋지 않고 손이 많이 가고, 맛도 좋지 않아서인지 웬만한 의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편의에 의해 쉽게 구해지는 개량종을 사용한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같은 것도 그렇게 만들어졌겠지. 2019년 나의 텃밭 도전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든 걸 내 맘대로 할 순 없지만, 내 손으로 키워 먹는 음식이라도 남에게 폐 끼치지 않은 선에서 잘 가꿔 먹고 싶다는 바람. 더 많이 수확하려 욕심내지 않고, 세상과 적당한 조화를 만들며 가꾸어볼 계획이다. 잘할 수 있을까.


흙도 팔아요?
흙을 돈 주고 사 왔다. 천지에 널린 흙을 사는 날이 올 줄이야. 조만간 질 좋은 공기도 살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근처 이마트가 휴무일이었기에 다이소에서 흙을 사 왔다. 한날한시에 씨앗을 뿌렸지만 아직 흙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있고, 벌써 쑥쑥 자란 새싹도 있다. 이제 막 해님 쪽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것도 보인다. 각양각색의 새싹들을 보면서 내 삶을 되돌아본다. 모두 다른 모습으로 모두 다른 시기에 모두 다르게 피어날 새싹들. 못생겨도 괜찮아. 느려도 괜찮아. 어차피 인생은 마이웨이, 각자의 길을 잘 버티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