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수확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아버지께서 요즘은 무언가를 가꾸고 관리하는 꽤 규칙적인 일을 즐긴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전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위대함 덕분일까?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의 계절을 맞이하여 힘차게 땅을 뚫고 나온 새싹처럼 아버지께서도 다시 일어나기를 하고 있다.
새싹들이 자라나는 모습이 복잡 다양 변화무쌍하다. 씨앗을 심은 지 1달도 넘었는데 이제야 떡잎을 보이는 작은 새싹, 물의 양이 너무 많았는지 녹아내린 듯 흐느적거리는 어린잎, 비좁은 틈을 뚫고 강단 있게 우람함을 뽐내는 존재, 각양각색의 싱그러운 존재들. 언젠가 나의 뱃속으로, 다시 땅속으로 들어갈 존재들이기에 앞으로 변화할 모습에 기대하여 더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게 된다.
밭으로 옮겨진 것들의 변화는 더 크다. 베란다 모종판에서 적당한 빛과 필요한 물을 공급받으며 ‘귀하게’ 자라던 존재들이 텃밭으로 옮겨가니 맥을 못 춘다. 강렬한 태양과 바람, 강한 비와 모자란 물의 양 등 세상사에 직접 맞닥뜨리니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잎에 갈변현상이 나타나는 것들, 모자란 물 덕에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존재, 넘치는 햇빛 덕에 시름시름 녹아버린 것들, 그 와중에 버티기를 하는 녀석들. 씨앗 100개를 뿌렸다면 그중 60개 정도만 힘을 내어 버티고 있다. 수확까지는 어느 정도나 줄어들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텃밭 농사라는 새로운 프로젝트 덕분에 세상사를 간접체험 중이다. 그 모습이 어쩜 인간사와 비슷할까.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여린 잎을 녹이기 전에 어서 단단하게 뿌리내렸으면. 아니 각자의 속도대로 알맞게 새 환경에 적응해주었으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모두 귀한 나의 새싹. 아니 지구 속에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 모두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