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나는 자영업자다.
3일째 자가격리(?) 중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감염 의심 대상자는 아니지만, 지난 주말 갑작스러운 확진자 증가로 인하여 예방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아니 ‘강력 휴업 권고’ 메세지를 받았다. 오랜만에 타의로 주어진 휴가 같은 시간이지만, 마음은 편치가 않다. 이번 달 월급은 이미 반납했고, 이대로라면 다음 달 월급은커녕 올해 전체 운영까지도 장담할 수가 없다. 불안한 마음에 영업장을 쓸고 닦으며 정리를 했다.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보장할 수 없는 것. 그걸 경험 중이다.
노력하면 나아지리라는 보장, 열심히 일한 만큼 돌아온다는 보장, 뿌린 만큼 거두리라는 보장이 없는 요즘, 불안감이 나를 옥죄고 있다. 자금난도 문제지만 코로나 19 덕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실행하면 엎어지고, 엎어지고를 반복 중이다. 이런 소소한 실패가 힘겹고 점점 무기력해지는 나를 보면서 이렇게 위기 대처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나, 이 나이 먹도록 뭐 하고 살았나, 나약한 흔들림이 안타깝다. 어젯밤 늦은 시간 고민하느라 잠 못 들다 절친에게 힘들다 이야기 꺼냈더니,
‘네가 아무리 힘들어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만큼 힘들겠니, 오늘 일을 쉬어서 덜 힘들었구나, 어서 잠이나 자.’
라는 대답을 들었다. 직장인인 친구 사람에게 자영업자의 고민을 털어놔봤자 전부를 이해할 수 없는 건데, 밤늦게 고민을 털어놓은 내 실수였다. 혼자 고민하고 끙끙 앓고 털어버리면 그만인 것을 애꿎은 친구에게 불안을 건넸다가 더 큰 상실을 얻었다. 의지했던 친구도 잃고, 속상한 마음은 덤으로 얻었다.
코로나 19는 소상공인 같은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기업가, 직장인, 공무원, 프리랜서, 수험생, 학부모, 의료계, 정치계 등 대한민국 모든 사람을 불안함에 떨게 한다. 서로를 의심하고 믿을 수 없게 하는 이 시국에 작은 다툼도 큰 불로 번지기 십상이다. 생필품 사재기, 마스크나 손소독제 가격 폭등도 화가 치밀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을까.
전쟁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세대로써 지금 이 상황이 요즘 시대의 전쟁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집안에 갇힌 채 바깥세상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 뉴스라도 보려면 자극적인 댓글에 더 분통이 터진다. 다들 힘들어서 감춰둔 뾰족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감정적으로 험한 말부터 오가는 것이 이해도 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들 마찬가지이구나.’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와중에 여론에 휩쓸려 불안감에 빠져있다가는 내 속만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 한 권과 커피 한잔을 준비했다.
위기 속에 남는 자가 누구인지 안다고, 궁지에 몰리니 누가 적군인지 누가 아군인지가 보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켜쥐는 사람, 서로를 위해 마음을 여는 사람, 순간적인 기분으로 대처하는 사람, 나보다 더 궁지에 몰린 사람 등등. 적어도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같은 생각도.
지금부터는 버티는 만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이 든다. IMF 같은 건 뉴스로나 접했지, 그 시절 사람들이 어떻게 버텼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좀 더 튼튼하고 견고한 내공을 쌓는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 이 길이 힘겨울지, 가다가 또 실패하게 될지, 맞는 방향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이것 말고는 답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