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덕분에 백수 생활을 하게 된 지 4주 째이다.
요즘은 산책을 자주 할 수 있다. 평일 대낮에 공원이라니, 이런 여유로움이 새삼 감사하고 행복하다. 마스크만 벗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월급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뭐든 다 가질 순 없을 테니까 여유로움이라도 가질 수 있어 감사한 하루하루다.
평일 오후 공원에는 보통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요즘은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젊은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저 의자에는 외국인, 청소년, 성인 여성 등 삼삼오오 모여 와 담소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간식거리도 붙여놓고, 포스트잇에 메모도 남긴다.
오늘은 샛노란 머리의 외국인이 의자에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외국인은 조금 두렵다. 우리나라보다 외국 특히 유럽에서 코로나19의 확산력이 크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봤기에 그 근처로 가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화장실을 다녀오자 외국인은 금세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그 의자의 비밀이 무언지 나도 가서 살펴보게 되었다.
RM의 이름표가 붙어있는 의자였다.
RM은 랩 몬스터의 줄임말이고, 방탄소년단의 리더이다. 이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더 이상은 알지 못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 노래는 잘 모르지만 방탄소년단의 정체는 알고 있는데, 이 의자 아니, 이 이름의 영향력이 이 정도였다니.
정작 당사자는 이곳에 자기 이름이 쓰여있는 의자가 있는지 알고 있을까? 팬들이 모여 와 이 의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누군가를 간절히 좋아해 본 경험이 적은 나는 사실 연예인의 이름만 쓰여있는 이 의자가 얼마만큼 의미 있는 공간인지 100%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곳을 스쳐간 사람들의 표정, 행동을 보면서 ‘정말 좋아하고 있구나’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과 그 기운을 받은 사람 모두가 행복할 테지.
왠지 모르게 부러워졌다.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다. 좋은 기운을 나누고 싶다.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타났으면.
봄이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