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늦은 커피

by 아무

늦은 월요일 오후, 카누 한 봉지를 꺼냈다. 요즘 컨디션으로는 카페인을 줄이는 게 맞지만 꼭 한 잔이 필요했다.


지난주 이태원으로 또다시 시작된 소규모 집단 감염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별나게 유난 떨며 외출을 자제하던 나도 사실 지난주엔 좀 방심했었다. 이제 더 이상은 별 일 없겠거니 생각하며 해이해졌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평소 잘 이용하지도 않던 지하철로 출퇴근하기도 했고,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말리려고 사람이 없는 길가나 공원에서 마스크를 손에 들고 걷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의 ‘나는 괜찮겠지.’ 같은 생각이 이 사태를 만들에 내는 데 한 몫한 것 같다. 아무리 더워도 절대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땀이 줄줄 흘러내릴지언정 아이스커피 따위는 출근 후에 손을 씻고 마스크를 벗고 마신 후 다시 마스크를 써야 했던 것이다.


조만간 운동도 모임도 다시 시작하고, 머리도 하고 쇼핑도 해야지 생각했던 바람이 저 멀리로 사라져 버렸다. 또 한 번 바짝 조여야 하나 보다.


간단하고 당연한 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심하던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 이번 사건.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젠 조금이나마 실체를 알고 있으니 2월 말처럼 두려움에 벌벌 떨지 않아도 된다는 것. 관련자들이 정상적인 생각과 판단을 하는 성인으로서 자가격리 후 선별 진료소에서 진단을 받을 거라 믿어야 한다는 것.


자꾸 글을 쓰는 이유는 쓰면서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리기 위해서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지라도 한 번 더 끄적이면서 나를 다독인다. 거리두기와 위생관리로 서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고,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니까 이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나면 오늘의 불안함은 이제 그만 저 멀리로 떨쳐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도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