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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Jun 11. 2020

[읽다] 이낙연의 언어 (2020)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일기

[2020-22/ 자기계발] 이낙연의 언어. 유종민. 도서출판 타래. (2020)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 (123)


두 달 전 신문 정기구독을 시작하면서 정치인들에게 관심이 갔다. 이전엔 몰랐던 이낙연이라는 사람이 이천 화재 공장에 방문해서 유가족들과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고, 마침 '이낙연의 언어'라는 신간 소식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을수록 '이 사람 내공이 장난 아니다.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정치인, 난 사람은 다르구나.' 같은 생각이 든다.


글쓰기나 말하기를 조리 있게 잘하고 싶어서 관련 책을 종종 읽지만, 그 사람과 나는 다르니까 아무리 좋은 책을 읽는다고 내가 그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 책을 여러 번 정독하고 통독한다고 해서 이낙연처럼 좋은 글을 쓰고 말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지 않다. 하지만 살면서 때때로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때와 장소에 맞게 말과 글을 가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마쳤고, 어른의 삶을 살게 된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그걸 몰랐냐고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사는데 진심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쉽게 술술 읽는 책이 아니라 한 단어 한 문장을 곱씹어야 해서 어렵지 않은 내용임에도 빠르게 읽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곱씹고 싶었다. 조만간 스토아학파와 볼테르, 한비자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


정치색에 관계없이 한 사람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고, 언젠가 나도 이만큼 아니, 지금보다는 조리 있고 생각이 담긴 말과 글을 쓰고 싶다. 어떤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까.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156)



이 책은 이낙연의 저서가 아니다. 2017년 '총리의 언어'라는 책을 펴낸 경험이 있는 저자 유종민이 '총리'를 걷어내고 '이낙연의 언어 내공'을 들여다보기 위해 새로 고쳐 쓴 책이다. '이낙연의 쓰기와 말하기를 분석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 단순히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데만 그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잘 쓰고 잘 말해야 한다. 인생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10) 서문 중에서.


위의 글은 유종민의 글이다. 사람이 변하려면 시간을 쓰는 방식, 만나는 사람, 사는 장소가 변해야 한다고 한다. 거기에 잘 쓰고 잘 말하기도 더해져야 한다.




넓은 바다는 작은 시냇물도 버리지 않아 그렇게 넉넉해진 것이다. -한비자. (225)


배를 만들고 싶거든 톱질은 이렇게 하라느니, 못질은 이렇게 하라느니, 돛은 이렇게 세우라느니 이런 것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 다만 저 바다 건너 우리가 가야 할 섬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해줘라. (...) 그들이 알아서 톱질, 못질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배를 타고 건너갈 ‘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만 한다. (257)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뉴스를 볼 때면 불같이 화를 내며 정치인들이나 정치 현상을 비판하곤 하셨다.

 

‘왜 우리와 상관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할까.’


라고 생각하며 열변을 토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젠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젊은이들보다 나이 든 이들이 정치에 관심 갖고 열을 내는지. 이낙연에 대한 배경지식 하나 없이,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위인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들 이낙연처럼 총명하고 생기 있으며 우아한 말과 글을 쓸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말과 글을 사용할 때 한번 더 생각하고 사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지금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처구니없는 실수 같은 걸 줄이고,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나이 든 꼰대 말고,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학교에 다닐 때엔 성적으로 매겨지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 너머에 더 큰 세상이 있었다. 어둡고 험한 세상 속에 한줄기 등대를 찾아냈다. 이낙연 할아버지(?)가 오래도록 바른 사람으로 계셔주시길 바란다.


한비자는 “위대한 지식은 어린아이들도 알지만, 80세 노인도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말을 했다. 아무리 말과 글이 좋아도 허울뿐이라면 공허하다. 말과 글은 행함 속에서 완성된다.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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