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일기
[2021-02/에세이. 동물 에세이]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 문학동네.(2019)
메이저 출판사의 책을 피하는 편이다. 세상엔 좋은 책이 많고, 굳이 나까지 홍보나 마케팅이 잘 된, 베스트셀러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스타벅스를 즐기지 않는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받아온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판촉용 소책자를 책장 어딘가에 처박아 두었다가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면서 슬쩍 펼쳐보았다. 반려동물에 관한 에세이였다. 게다가 9명의 작가 중 6명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 반가웠다. 이제는 손길이 닿지 않는 4권을 중고서점에 팔아 5,600원을 받았고, 7,100원을 내고 책을 사 왔다.
‘함께 살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다.’라는 슬로건으로 동물권 행동 카라와 일대일 결연을 한 작가들의 에세이이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인 건지, 카라와 결연을 한 사람들 중 작가들을 섭외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무슨 이유든 이런 책은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문학동네니까 짱짱한 작가단을 섭외할 수 있었겠지.
‘카라’는 장애나 질병이 있어서, 혹은 노령이어서 입양 가기 어려운 동물들과 일대일 결연을 하여 월 2만 원의 기부금으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후원 프로그램이다. 이 책은 카라의 후원 방식을 알리고 카라 더봄센터 건립 및 운영을 위해 기획되었으며,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카라에 기부, 유기 동물 구호 및 동물 권익 수호에 쓰인다. (책날개 참고)
반려동물과 함께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에피소드, 반려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실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지만, 동물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손도 대지 않을 책이라 과연 얼마만큼 판매되었을지 궁금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과연 몇이나 이 책을 알고 있을까? 카라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건 아니길. 물론 나는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빠르게 재미있게 읽었다.
뭐든 손에 잡히지 않는 멍한 이 시기에 반려동물이 주인공인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주인으로 불리는 집사 말고 함께 사는 동물들도 행복한 세상이 되길. 일단 나부터 내 욕구대로 휘두르려는 반려견 괴롭히기를 줄여야겠지.
동물을 사랑함은 슬픔까지 포함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슬픔보다 크다. 사랑은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다.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동안 그들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느낀다. 사랑하는 이의 상상력은 고통 또한 지나치지 못하리라. 한 마리의 개나 고양이를 진실로 사랑해본 사람은 한겨울 추위 속에 묶인 수많은 생명의 고통 또한 생생하게 느낄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미안함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36.김하나)
눈을 감아버리면 삶이 꽤 심플해진다. (152.백세희)
사람이 책임을 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은 애초부터 그걸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173.이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