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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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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Jun 19. 2024

오늘의 커피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잠시 앉았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확신 없이 그저 루틴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잇몸이 내려앉았다. 요즘 찬 걸 먹으면 이가 시렸는데 잇몸 때문이었을까? 특별히 심하게 힘든 일이 있던 건 아닌데 최근 많은 부분에서 긴장을 놓지 못해서인지, 스트레스가 한몫을 한 건지, 나이 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변화인 건지. 어릴 적부터 엄마께서는 잇몸 칫솔을 쓰셨다. 내 일이 아닌 줄 알았는데 벌써 노화가 찾아온 건가, 급한 대로 잇몸 칫솔을 알아보았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생기지 않겠지만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에 번쩍이는 위험 신호등을 끄는 중이다.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를 이 일을 시작하고부터 하루에 한두 잔씩 마셨더니 소화기관이 제 기능하는 법을 잃어버렸는지 화장실을 더욱 자주 가게 되었다. 커피 맛에 대한 감각도 흐려져 더 이상 커피가 맛있지도 않고 커피가 끌리지도 않는다. 매일 핸드드립 한 잔이 내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래도 일하기 위해 정신 차려야 하니 요즘은 디카페인 원두를 주문한다.

다 읽지도 못한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왔다. 볕이 뜨거워 땀이 삐질삐질 흐르지만, 이만큼의 움직임이 오후의 내게 활력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고 루틴 하나를 채운다.


작은 움직임이 모여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힘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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