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불안에 대하여
유기불안 : 유기공포 혹은 유기불안,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정서적 유기(fear of abandonment, emotional abandonment)는 타인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있거나 홀로 남겨졌다거나 불안정하거나 버림받은 듯한 느낌을 갖는 사람의 주관적 감정 상태를 말한다.
(출처: https://ko.m.wikipedia.org/wiki/%EC%9C%A0%EA%B8%B0%EA%B3%B5%ED%8F%AC)
갈까 말까 했었다.
사실 '팬텀'을 너무너무 보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취소했었다.
조승우배우의 '오페라의 유령'은 꼭 보자 싶었다.
그래도 다음날 일정이 세 개나 겹쳐서,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물었다.
'진짜 보고 싶은가?'
'일단 보러 가자.'
1부와 2부 사이 20분 텀이 있었다.
사실 1부를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내가 보고 싶었던 건 팬텀이었어.'
'괜히 왔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10분 전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장면을 보러 왔구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친절한 설명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관객들이 줄거리는 다 알고 오겠지. 대신 극 중에 극, 공연장면이 많았다.
'노래를 잘 부르는구나' 하면서 듣고 있었는데,
마지막 크리스틴과 팬텀(오페라의 유령) 대화장면을 보면서 엉엉 울었다.
팬텀이 극 중 내내 크리스틴에게 돌아오라고 한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남겨지는 것으로 보였다. 혼자서도 잘 살았던 때가 있었지만 크리스틴을 만난 후에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슴속에 텅 빈 공허감을 크리스틴이 채워주었다.
팬텀은 다시 버려질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추측하고 있었는데, 대사 중에 나왔다.
"엄마도 나를 버렸는데."
아마도 이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슬프기만 했다 하지만 오열한 장면은 그다음에 나왔다.
크리스틴은 안정애착으로 추정되는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텀에게는 두려움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팬텀이 사람을 죽이고 대형 사고를 치자 그를 증오하게 된다.
하지만 팬텀의 말을 듣고 그에게 울면서 말한다.
"어떻게 하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전달할 수 있을까요."
라고 하면서 그에게 키스하고 꼭 안아준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팬텀에게 말한다. 당신이
싫은게 아니라 당신의 삐뚤어진 마음이 싫은거라고.
팬텀에게 필요한 건
남녀 간 사랑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싶었던 거였다.
그는 크리스틴을 그 남자와 함께 보내준다.
팬텀은 자신의 연약함과 공허함을 들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자신의 핵심인 유기불안을 사람들이 알아채면, 자신에게 더 모질게 대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또 전문성은 얼마나 뛰어난지.
사람들이 그를 버릴 수 없게 절절하게 노력했을 것이다.
이러한 심리패턴이 보이는데,
가슴이 미어졌다.
팬텀에 대한 연민,
크리스틴의 현명함.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떠난다.
강인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 생활에서도 팬텀의 캐릭터를 만난다.
상담장면에서도 만난다.
사실 나의 주변에서도 만난다.
'오페라의 유령' 주인공에 대한 연민과
평소 내 감정과 뒤엉켜서
눈물이 넘쳐흘렀다.
오늘은 다른 내용을 적으려고 했는데,
이 감정이 날아가기 전에 기록해 둔다.
*1층인데 거리가 멀어서 조승우배우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다.
ㅠ.ㅠ 다음엔 꼭 앞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