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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습작노트

변화

서른두 살, 그리고 마흔둘

by 스타티스

상담사례 보고서를 제출하고 화들짝 놀라서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었다. '글루틴'에 속해서 평일에는 12시 전에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넘길 뻔해서 놀랬다.


오늘 글감은 '변화'였다. 아침에 다른 글감으로 글을 써야지 하면서 룰루랄라 상담센터로 갔다. 2시간 일찍 도착해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하려고 했는데, 차가 밀려서 예상보다 40분이 날아갔다. 그 이후로 바빠서 깜박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다 보니, 잊어버리는 경우도 생겼다.


불안을 내려놓으니, 생긴 변화이다.


글을 쓰며 서른두 살 나를 떠올려보았다. 엄마가 된 지 5년이 되던 해였다. 그리고 큰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다. 엄마인 나도 혼란스러웠고, 내 가정도 흔들렸으며, 딸로서도 힘든 시기였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불편감 가득한 때였다. 명절이 그렇게 싫었다.


지금은 마흔둘이다. 명절은 아직도 싫어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적응했다. 가정은 여전히 흔들리지만, 나다운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다.


엄마는 완벽함을 내려놓고, '좋은 엄마'가 되기를 포기했다. 어느 정도 괜찮은 엄마는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 상담센터에서 열심히 보고서를 쓰고 있는데 딸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 오늘 우리 반 체육대회에서 1등 했어. (이후 조잘조잘~~~)" 다 들어주고, 딸이 부반장으로 열심히 참여했는데, 인정을 못 받았다는 아쉬움에도 공감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딸로서는 부모님과 분리에 성공했고, 경계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만나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일상에서는 각자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예전에는 과보호 양육된 사 남매 장녀로 부모님의 레이더망의 중심에 있었더랬다. 지금은 각자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찾았다. 십 년을 방황했던 거 같다. 아니, 더 오랜 시간이었다. 육아휴직 복직 후 퇴사했으니 말이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슈퍼바이저 선생님들께서 입을 모아 말씀하신다.

"네 스타일 대로 해봐~"

"일단 자기 모습 그대로 풍덩 뛰어들고 봐요."


오늘 상담사례보고서를 쓰는데, 너무 내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는 상담 내용 녹음 파일을 듣기도 힘들었다. 지금은 '아, 내 모습이 저렇구나.'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내 모습이 저렇지.'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도 있게 되었다.


10년 전에 비해 가장 큰 변화이다.


지. 금. 이. 대. 로. 괜. 찮. 다.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상담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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