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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습작노트

글을 쓰는 이유

떠올리기

by 스타티스

2023.6.5 월



주말에 두 딸과 앵도나무를 보고 왔다. 초록잎과 붉은 열매가 인상적이었다. 한두나무가 아니었다. 이곳저곳 얼굴을 돌릴 때마다 마주쳤다. 앵도나무는 열매가 열릴 때 제 모습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적기이다. 다른 계절에 앵도나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까.


이 공간은 조선시대에 빛을 발하던 공간이었다. 가이드의 말을 따라 정조의 삶을 따라가 보았다. 아버지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지켜보면서,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고, 아이들마저 보내고, 무거운 왕의 삶을 하루하루 버티는 삶은 어땠을까.


이곳이 정조가 많은 시간 머문 곳이라고 한다. 사극을 잘 보는 편이 아니다. 2pm 준호가 나온다 해서 본 드라마가 있다. 옷소매붉은끝동, 가슴이 미어지는 걸 부여잡고 봤다.


어린 시절 정조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상상만 해도 무겁다.


영조의 아들로 태어나 사랑보다 기대가 무거워서 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었던 아버지, 사도세자.


온전히 엄마 품에서 자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음에도 혼자라고 느끼며 외롭지 않았을까.


아버지를 그렇게 보내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릴 때부터 버티는 삶을 살아왔을 정조를 생각하면 눈물도 와락나려한다.


그래서 창경궁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래서 글을 쓴다.


내 삶을,

타인의 삶을

머무르며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고,



그러면서 만난

초록이들을

꾹 저장하기 위해


그래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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