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 아니라 '어떻게''무엇을'

심리치료에서 정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중에서

by 스타티스

Pixabay로부터 입수된 Deborah Jackson님의 이미지입니다.


심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심학원은 문요한 선생님이 운영하는 대안대학원이다. 함께 모여서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과제도 하지만 시험은 치지 않는다. 평가는 없다. 꼭 해야만 하는 것들도 없다. 항상 학장님은 이야기하신다. "하실 수 있는 만큼만 하시면 됩니다."


각자의 속도대로 한다. 하지만 한 학기에 두 번 발표를 해야 한다. 내가 맡은 책은 이해하고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정도로 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전공서적을 한 달에 4권 읽는 건 정말 버겁다. 주 교재는 2권, 부교재 2권이다. 나는 주 교재 2권 읽는 것도 버겁다. 처음 신청할 때는 4권 다 읽어야 싶었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니라 소화하기도 버겁다. 입학 전에 인터뷰할 때 학장님이 말씀하셨다. 하루에 3,4시간 투자하셔야 책을 다 읽을 수 있는데 가능하시겠냐고 말이다. 그때는 석사 졸업한 지 반년 밖에 지나지 않아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책을 읽을 줄 알았다. 그때처럼 말이다. 그때는 몰랐다. 나는 기계가 아니라서 쉬어가면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는 '책 4권을 한 달에 다 읽자'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하나라도 제대로 소화하자'로 바뀌었다. 완독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과제를 하려면 어느 정도 책을 소화해야 하긴 하다. 매달 질문이 10개씩 나온다. 책 4권 내용을 고려해서 학장님이 마련한 질문이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책 내용을 이해해야 답할 수 있고, 내 마음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어야지 접근할 수 있다.


3월 첫 달은 정신없고 혼란스러웠고,

4월은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발표하느라 멘붕이었으며,

5월에 적응하기 시작해서

6월이 되니 이제 이 공부를 왜 하는지 알기 시작했다.


오늘은 상담센터 출근 일이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침체조하고 자애명상하고 씻고 밥 먹고 출근했다. 도착하니 7시다. 종종 이용하던 카페는 대학생들 방학이라 오픈시간을 조정했나 보다. 문이 닫혀있다. 상담실 1층에 빈 회의실에서 글 쓰는 중이다. 창 밖에 비 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 글을 적다 보니까 또 '왜'에 집착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나에게 '무엇을' 하는 이유는 중요하다.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에 집착하다가 나 자신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못했다. 원래부터 타고난 신체감각이 둔한 건지, 살기 위해 내가 그렇게 선택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최근 필라테스를 하다 보니, 팔다리가 따로 노는 느낌인데, 내가 통제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했다. 그만큼 신체와 내가 밀접하지 못했다는 뜻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신체적으로 둔하다 보니, 더욱 쓰지 않게 되었나 보다. 인정받으려고 잘하는 것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었다. 머리만 비대해진 느낌이었다. 내담자들을 만나면 신체감각을 느끼며 감정작업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나 보다.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었다.


이제 그 작업들을 본격적으로 해 보려고 한다.

나에게 그래도 된다는 허락을 해주었다. 그동안 내 안의 검열의 목소리들, 비판의 목소리들 덕분에 스스로 제한을 두었었다. 쉬는 것도 그렇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그랬다. 이제는 나에게 말해준다. '쉬어도 되고, 놀아도 돼. 한껏 즐거워해도 돼'라고 말이다.


과거 힘들었던 장면으로 돌아가서 그때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재경 험한 작업을 하려고 한다. 현재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이니 말이다. 지난 일요일 일단 그 시작을 하였다.


이 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이 책이 계기가 된 듯하다.

그동안 쌓인 여러 가지 내적 작업들이 있겠지만, 트리거는 이 책이다.


"심리치료에서 정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현재 2주 동안 반 정도 읽었다. 줄을 그은 문장이 안 그은 문장보다 더 많이 느껴진다.

한 문장 읽고 다시 읽고 머무느라 느리게 읽힌다. 죽기 전에라도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험하고 깨달음을 담은 책 말이다. 그러려면 전문성을 더 쌓아야 할 것이다.


와닿는 문장을 한 문장과 지금은 느낌, 생각들을 이렇게 기록해두려 한다.


"진정한 변화를 도모하려면
'왜'그런지를 이해하는 것보다
'무엇이'경험되는지를 상징화하고
정서가 '어떻게' 경험되는지
자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제 진정한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하려 한다.

(어쩌면 계속해왔지만 이제 알아차렸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