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나, 7월의 나
심학원 마지막 온라인수업이 있는 날이다. 마지막 발표자였다.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발표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 첫 번째 발표 때도 그랬다.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팠고, 바빴고,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상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때 학장님(심학원 운영하는 문요한선생님)이 녹화본으로 남겨놓으셨을 텐데, 그 녹화본을 볼 용기도 나지 않는다. 그때 알았다. '나는 책을 읽고 ppt로 정리해서 발표하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어하구나.'
이번에도 바빴다. 그런데 아프지 않았다. 한번 겪었던 과정이라서 내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왔다. 종이책으로 읽으면 다 읽지 못할 거 같아서, 알라딘에서 전자책으로 한 권 더 구매했다. 눈뜨면 읽고, 기차 안에서 읽고, 여행 간 수영장 안에서도 읽었다. 침대에서 잠들기 전에 읽었다. 관련 영상을 찾아봤다. 여전히 나는 발표자료를 매끈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부족감을 느꼈다. 시간부족과 연관되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포스터 수정작업 시간이 발표준비 시간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학회 포스터 작업은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으니, 이번 발표준비도 내 기억으로 그렇게 남기면 되지 않을까.
발표 전에 설명했다. 내가 준비하면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시선으로 이 책을 읽고 준비했는지 차근차근 하나씩 말했다. 발표 내용은 역시나 부족했다. 당연하다. 발표 대본도 만들지 못했고 PPT만 시간 안에 겨우 준비했으며, 오늘따라 차도 유난히 밀려서 퇴근이 평소보다 30분이나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기억으로 남길 것인가는 내 선택이었다.
1회 차 발표 수업 준비 순간이 계속 생각났다. 아쉬웠었나 보다. 힘든 기억과 아픈 기억이 교차되었다. 이번에도 주변 여건은 여전히 비슷했다. 여기에 적을 수는 없지만 결정적인 무언가 변화가 있긴 했다. 좌절과 지지로 요약해서 적을 수 있을 듯하다. 아무튼 정서적 지원은 사람의 기억 저장에 영향을 줄 만큼 큰 영역인가 보다.
그때는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었고, 오늘은 기꺼이 기다렸다.
그 차이였다. 발표 준비도나 나의 실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 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었을까.
첫 번째, 나의 몸 상태이다. 그때는 아팠고, 오늘 컨디션은 괜찮았다.
두 번째, 이미 경험한 영역이다. 나는 낯선 경험을 두려워한다. 특히 내가 해내야만 하는 영역들에서 그러한 마음이 크다. 육아도 그랬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두 번째라서 내가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 안전하다고 느꼈다.
세 번째, 주변 사람들의 지지이다. 당시 심학원 사람들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낯선 관계들이었다. 몇 달 같은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경험을 하면서 상호 신뢰가 생겨난 거 같다. 그 사이에서 안전감을 느꼈고, 내가 어떤 발표를 하든 비난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나의 몸 상태'였다. 오늘 발표한 책도 '몸은 기억한다'였다. 내 몸이 과거 경험들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떠올려보니,
나에게 지난 5개월은 다양한 책과 사람들, 경험은 내 몸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관찰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번주 주말에 오프모임이 있지만, 오늘은 온라인 마지막 수업이라서, 이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수업 마치자마자 적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