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

태풍의 양면성

by 스타티스

2023.8.11 금


수요일 오후,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

목요일 새벽, 비바람 소리가 이중창을 뚫고 들어왔다. 귀마개를 평소에 하고 자는데도 그 소리가 들렸다. 새벽 6시부터 낮 12시까지 비바람이 세차게 쳤다. 잠시 정전이 되기도 했다. 오후 1시경, 하늘이 맑아졌다.


어떤 이는 이번 태풍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심에 살면 태풍이 지나가면 큰 변화를 못 느낄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곳은 두 광역시의 접점인 소도시이다. 10분만 걸어가도 대도시의 상수도인 하천이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 자연은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 베란다 밖 하늘은 맑아졌다. 하지만 땅 위 상황은 어떨까.


나뭇잎들이 땅 위를 덮고 있었다. 강한 비바람의 결과였다.


마른 나뭇가지들이 하천변 다리 위에 걸려있었다.

강물이 평소보다 많이 불어서 강가에 출입금지인 구역이 많았다. 다니던 길을 갈 수가 없었다. 물살을 보니 살짝 무섭기도 했다.

특히 이 구역을 봤을 때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한 곳에 많이 쌓일 수 있었을까. TV에서 봤던 바다오염 관련 영상에서 본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여기는 쓰레기보다는 나뭇가지나 건초들이 많았다는 거다.


태풍이 생기고 없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과학적 이유들은 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설명할 것이다.


내가 느낀 걸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자연청소기

길가 나무들은 겨울이 되면 가지치기를 한다. 자연적으로 본인 수형대로 자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길가에 나무들은 전선에 가로막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가지치기를 한다. 태풍은 자연 가지치기가 되는 청소기였다.

그리고 위 사진처럼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구석구석에 있던 쓰레기들도 잘 보이는 곳에 끌고 나와서 정리되기도 했다. 청소 전후가 그렇듯 이전보다 깨끗해진 느낌이 있다.


2. 자연의 존재감

평소 생활하면서 자연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낄 일이 별로 없다. 하늘이 예쁘구나, 꽃이 아름답구나 소소하게 자연의 결을 느낄 일은 자주 있지만 자연의 ‘힘’을 느낄 일은 크게 없다.

하지만 태풍은 정말 강력하다. 단 6시간 만에 강변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오늘 오후 7시 딸아이와 같이 강변에 산책을 갔다. 불어난 물이 아직도 80% 정도는 유지되고 있었다. 언제 즈음 예전 수위로 돌아갈지 지켜볼 예정이다. 6시간의 힘은 대단했다. 태풍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자연의 힘을 짧은 시간 동안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3. 연결감

태풍이 오면 가족들에게 연락하게 된다. 가까운 이들에게 괜찮은지 확인하게 된다. 평소 마음속에는 있지만 자주 연락하지 못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게 된다. 내가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구나 연대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나에게 태풍은 그렇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덕분에 확인하게 되는 무언가도 있다.




*오늘 글을 글루틴의 멤버 ‘이병규’님의 글을 읽고, 글감을 제공받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병규작가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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