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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연구하는 논문, 자문화기술지

책 '차근차근 자문화기술지' 참조

by 스타티스

자문화기술지는 질적논문의 한 형태이다.


연구방법론에서는 자료의 성격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눈다.

양적연구와 질적연구이다.


양적연구는 정형화된 측정 도구를 사용(설문지 등)해서 객관적인 연구를 한다. 많은 숫자들을 만난다. 현상의 속성을 계량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통계분석을 활용한다.

질적연구는 연구자의 개인적인 준거틀을 사용해서 비교적 주관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행위자가 자신의 경험에 부여하는 의미의 파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둘을 합친 혼합연구도 있다. 석사 때는 양적연구를 했는데, 또 다른 연구방법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질적연구에는 현상학적 연구(하나의 개념, 현상에 여러 개인의 체험의 본질을 기술), 문화기술지 연구(문화를 창조하는 구성원 간 관계, 구성원 간의 의미구조에 관심을 두며 그것을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하려 함), 사례연구(소수 사례 심층적으로 다루어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 근거이론(어떤 하나의 현상에 대해 일련의 체계적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이론으로 귀납적으로 이끌어내는 질적연구방법), 내러티브연구(한 개인의 삶에서 경험한 것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분석) 등 이 있다.


자문화기술지는 문화기술지 연구에 속한다. 문화기술지 연구는 어떤 문화 등에 속한 집단 사람을 이해하려는 연구이다. 그렇다면 자문화기술지는 개인의 경험과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동시에 이해하려는 시도이다(한유리, 2022, 22p).


책 속에 인용된 자문화기술지 연구의 정의를 살펴보면 이렇다.

- 자신의 글 속에 위치시켜서 문화에 대해 기술하는 것(Pelias, 2019, p.19)

- 자신을 사회적 맥락 안에 위치시키는 자기 내러티브 형식(Reed-Danahay, 1997, p.9)

-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 본 자기 이야기(Adams, Holman Jones, Ellis, 2015, p.1)

- 연구자의 자전적 경험을 주된 분석 자료로 사용해서 그러한 경험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해석하는 질적 연구 방법(Chang, 2016, p.444)

- 문화 속에 놓여 있고, 문화의 영향을 받는 연구자의 개인적 경험을 드러내서 글쓰기나 퍼포먼스, 또는 다른 창의적 수단을 활용해서 표현하는 방법(Manning & Adams, 2015, p.188)


* 타인의 경험만을 신뢰할만한 자료로 인정하는 기존 연구와는 달리 사회적 존재인 연구자 자신의 경험을 깊이 성찰하고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며 이론적 통찰을 제시하는 연구라고 볼 수 있다(Adams & Manning, 2015)(한유리, 2022, 22p).



양적연구는 선행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연구자인 내가 생각한 걸 적고 싶어도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앞선 연구자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찾는 시간이 길었다. 밖에서 답을 구해야 했다. 처음 자문화기술지 논문을 읽었을 때 놀란 기억이 난다. 그때 심장박동수, 기분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박사과정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는 자문화기술지 중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첫 번째, 환기적 자문화기술지(evocative autoethnography)이다.

*evocative : 어떤 묘사나 이미지가 감정이나 기억을 연상시키는 것 의미

- 환기적 자문화기술지 목적은 글을 읽고 나서 독자의 가슴에 무언가 잔상을 남기고, 내용을 되새김질하게 만들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한유리, 2022, 46p).

- 고백적, 감정적, 치유적, 창의적, 비전형적이며 자유로운 글쓰기 방식, 심층묘사 세세하게 하는 것이 특장이다.


두 번째, 분석적 자문화기술지(analytic autoethnography)이다.

- 개인의 경험보다는 사회문화적 측면을 보다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학술적으로 기술하려 함

- 상당량의 선행연구와 기존 지식을 분석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

- 서론-문헌리뷰-방법론-결과-논의로 이어지는 전통적 학술 글쓰기 구조 따름


세 번째, 비판적 자문화기술지(critical autoethnography)이다.

- 권력남용, 억압 구조, 불평등 같은 사회 부조리한 부분을 개인적 경험을 통해 드러내고 개선하고자 함.

- 처음부터 자신의 경험을 비판적 렌즈로 보게 된 건 아닐지라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회나 문화적 가정에 대해 새롭게 볼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있음(한유리, 2022, 50p).


내가 처음 읽었던 자문화기술지 논문은 첫 번째 유형에 속했다. 읽으며 눈물이 났다. 두 번째 읽을 때도 그랬다. '나의 경험도 논문의 소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게 한 논문이었다. 양적 논문을 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사과정을 준비하면서 소논문도 시도해 보려고 준비 중이다. 졸업을 위한 학위논문이 아니라 학회지 투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늘 글을 쓰는 목적은 내가 이 내용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낮에 대학원 동기들을 만나서 자문화기술지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 나름 외운다고 했는데, 세 번째 비판적 자문화기술지가 생각나지 않았다. 한 동기는 석사 때 질적논문을 쓰긴 했지만, 현상학적 연구를 한 걸로 알고 있다. 동기 셋 중 두 분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온라인상으로도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서 한유리교수님의 '차근차근 자문화기술지'라는 책을 참고해서 이 글을 적었다.










사진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Oleg Mityukhin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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