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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Sep 11. 2023

감정이입

생각의 탄생을 읽다가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다가 상대에게 감정이입 하는 것이 창조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식물은 한 번 보고도 이름을 외우는데, 사람 얼굴을 그리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힘들 순간도 종종 있었다. 그때는 이해한 척하고 앉아있었다. 나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며 선을 그어왔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감정이입을 이해하는 열쇠는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생각의 탄생, 에코의서재, p.248)

사람에게 감정이입 할 생각조차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만 상대에게 강요했었다. 내가 받은 상처만 보였다.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었다. 가까운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세월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눈물이 났다. 내가 아는 게 전부인 줄 알고 살았었다.

 일요일 새벽 6시, 강가에 걸으려 가려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어제 늦게 잠들었어.”

예전엔 ‘저 말을 왜할까' 싶었다. 오늘은 남편의 목소리가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 같이 운동을 못간다는 이야기구나.’ 혼자 1시간 걷고 왔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어제 딸이 새벽 한 시 반 넘어서 잠들었다고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아침에 도서관 가자고 일찍 깨우는 건 상대를 힘들게 하는 거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남편에게 슬쩍 물었다.

“언제 깨울까?”

“9시 넘으면 그런데, 그때쯤 깨우는 건 어때?”

딸은 기분 좋게 일어났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대신, 오랜만에 네 식구가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의 마음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으니, 함께하는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내가 몰랐던 영역이었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그 빈자리에 들어맞는 조각을 찾아낼 수 있다.

(생각의 탄생, 에코의서재, p.151)


오늘, 모르고 살았던 삶의 조각을 하나 찾았다.

사람은 사람의 마음으로 봐야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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