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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Sep 18. 2023

하루치의 시간

양희은 노래 You(늘 그대)

어쩌면 산다는 건 말이야

지금을 추억과 맞바꾸는 일

온종일 치운 집안 곳곳에

어느새 먼지가 또 내려앉듯

하루 치의 시간은 흘러가

뭐랄까, 그냥 그럴 때 있지

정말 아무것도 내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

가만히 그대 이름을 부르곤 해

늘 그걸로 조금 나아져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내 것인 한 가지

늘 그댈 향해서 두근거리는 내 맘


오늘이 멀어지는 소리

계절이 계절로 흐르는 소리

천천히 내린 옅은 차 한잔

따뜻한 온기가 어느새 식듯

내 청춘도 그렇게 흐를까

뭐랄까, 그냥 그럴 때 말이야

더는 아무것도 머무르지 않는 게 서글플 때

숨쉬듯 그대 얼굴을 떠올려봐

늘 그걸로 견딜 수 있어

모두 흘러가 버려도 내 곁에 한 사람

늘 그댄 공기처럼 여기 있어

또 가만히 그댈 생각해

늘 그걸로 조금 나아져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내 것인 한 가지

늘 그댈 향해서 두근거리는 내 맘

늘 그대 곁에서 그댈 사랑할 내 맘



인생을 살아간다는 걸 그런가보다.

같은 음악이라도 깊이가 달라진다. 더 다양한 빛깔로 보인다고 할까.

포도주를 보관하는 방법, 위스키를 만드는 방법 숙성시간에 따라 가격이 다른 이유도 그런게 아닐까.


그냥 좋은 노래라고 느꼈었다.

어느 순간 들으면 슬퍼졌다.

어떤 날은 엉엉 울게 된다.


삶의 시간들이 쌓이니까

노래에 투영되는 무언가가 많아졌다.


살아간다는 건

켜켜이 쌓인 추억이 많아졌단 말이었다.

매일 멀어진 오늘이 쌓인 추억들


최근에는 

그 하루의 무게감이 물먹은 솜뭉치처럼 느껴진다.




오늘 아침 유튜브에서 정호승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였다.


정호승 시인의 시 한편


진주에도 상처가 있다.


진주조개도 진주를 품어야만 

진주조개다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


- 진주는 조개의 고통과 상처가 켜켜이 쌓인 시간이었다.

하지만 상처를 그대로 두면 썩어서 조개가 죽고 만다.


- 고통과 상처를 이겨내는 것은 각자 선택할 몫이라고 했다.


- 고통을 피하려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 인생에
아무리 고통과 절망과 분노가 많아도
기쁨과 행복보다 더 많지 않다.




9월 한달 동안 고통과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오늘 이 영상을 만나게 된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픔을 온전히 슬픔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걸 보니,

그래도 나아지고 있나보다.

나를 온전히 만나기 시작했나보다. 


그 동안 슬픔을 이토록 모르고 살았구나.

요즘은 하루치의 시간을 슬픔을 만나는데 사용하고 있다.

내 안에 이렇게 슬픔이 많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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