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을 보내며
2024.1.30 화
이번달은 뭐가 그리 부끄러웠을까.
첫 번째, 집정리를 끝내지 못했다.
노란 스웨터에서 시작한 집안 정리, 작년 연말부터 시작했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다가 지쳤다. 내 할 일도 제대로 못할 거 같아서 일단 덮어두었다. 그러다 보니 집구석구석 물건이 쌓여있다. 정리는 어렵다. 어려운 영역을 마주하면 부끄러워진다.
두 번째, 마감기한을 넘겼다.
글루틴(평일 매일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마감기한을 넘긴 적이 없다. 그나마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약속된 시간 안에 제출하는 것이다. 한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왜 이렇게 보고서의 퀄리티가 떨어지냐고 지적한 적이 있다. 나는 마감기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었다. 당시 전세자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분쟁이 일어나고 법무사 이곳저곳을 뛰어니던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슈퍼비전 자체를 미루었어도 되었는데 왜 그리 꾸역꾸역 했을까. 나에게 약속은 목숨 같은 거였나 보다. 내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거늘.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센터의 수련을 하지 않았을 거 같다. 여러 모로 소진이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나에게 알려주었다. 내 마음을 순간순간 잘 알아차리길, 나에게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말이다. 옆길로 샜다. 하여튼 일요일 밤 12시 심학원 과제 마감을 한 번 넘겼다. 내 마음이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다 말하고 있었다. 정리를 다 하지 못한 것과도 연관 있었다. 과거기억을 다 정리하지 못한 걸까.
세 번째, 상담 1년을 정리하지 못했다.
상담학회, 상담심리학회 수련 중이다. 작년 센터에서 수련한 기록을 해야 하는데 다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가 맞물렸다. 출근하면 틈틈이 해야지 했는데, 나는 사람이 참 좋다. 대화 나누는 게 좋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부끄러울 일도 생긴다. 2023년 11,12월이 특히 그랬던 거 같다. 아마도 10월 중순 수술과도 연관 있었걸로 추측된다. 이후 감정 기복이 생겼고, 깊은 슬픔을 경험하고 그 감정에 한 참 머물기도 했다. 그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센터 면접을 봤다. 갑자기 급격하게 내가 작아지는 경험을 했다. 기록을 다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까.
네 번째, 가만히 있어도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내 가슴 한가운데 수치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교육분석을 받으며 알게 되었다. 잘 생활하다고 가끔 그 영역이 툭하니 건드려지면, 수시로 경고등이 울린다. 행동적으로는 종종 한숨이 길게 나온다. 사고적으로는 가만히 있다가도 툭하니 어떤 생각들이 지나간다. 그 상황을 다시 경험하고 부끄러워진다. 그냥 내 존재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다. 과거보다는 훨씬 덜 해졌다. 하지만 지금 수시로 경험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한 가지 추측되는 부분이 있다. 상담을 참 잘하고 싶나 보다. 글쓰기도 참 잘하고 싶나 보다. 집에서도 가정을 참 잘 돌보고 싶나 보다. 뭔가 많이 많이 잘하고 싶을 때 이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지금 상태가 그러한가 보다.
마침표를 찍고, 다음 시작을 하기 전에 꼭 경험하는 감정
이 수치심을 올해는 더 잘 관찰해보려 한다.
*2024년 글루틴 1월 마침표
*2023년 센터 1년 근무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