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사랑하는 마음
2024.3.26 화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야?"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매장 오픈 후 처음 맞는 벚꽃시즌이다. 남편은 겨울부터 준비했고, 오늘은 밤 12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아침에 카톡으로 굿모닝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전화가 왔다. 평소 같으면 전화까지는 하지 않았을 텐데, 아마 그를 움직였던 건 카톡 내용 중 이 멘트였을 거다.
'첫째 아침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냉각수 점검하라고 떴는데 정비소 가면 되는 거죠?'
남편은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이 흔들리면서도 이어지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아마 그의 이러한 능력 때문일 것이다. 아마 냉각수 점검 관련해서 알려주려고 전화했을 텐데, 내 목소리가 안 나와서 놀랐을 것이다.
"병원 가라. 가보고 링거도 하나 맞고."
이번 달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거다. 첫째 주는 강원도 일정이 있었고, 그 이후는 학습지원단 연수, 사례발표준비, 과제, 친정행사 등등 지난주 주말까지 강행군이었다. 하루 집에서 마음 편하게 쉰 날이 있나? 떠올려봤더니 없다.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어지럼증이 온몸을 휘감는다.
'내가 무리하고 있었구나!' 알아차린다. 이번 달은 잠도 제대로 못 잤더랬다. 피곤해서 11시 잠들었는데, 1시, 3시, 4시 이렇게 깼다. 6시간 이상 잔 날들이 없다. 5시간 미만, 어떤 날은 3시간 정도밖에 못 잔 날도 떠오른다. 잠을 못 자니까 아침시간 멍하게 있을까 봐 눈뜨면 강가에 산책을 나갔더랬다. 과거 나를 떠올려보면 그랬다. 마음이 무거워지면, 몸도 한없이 무거워졌다. 내가 나를 왜 이렇게 바쁘게 만들었었는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깊은 우울을 다시 만나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 활동적인 시간으로 채우려 했다. 나를 편안하게 해 주면서 우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올해는 그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예전에도 그랬다. 남편은 무심한 듯 나를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무뚝뚝하게 말하지만, 그 안에 나를 챙기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그땐 무심한 말투가 아프게 느껴졌더랬다. 지금은 안다. 남편전용 번역기를 돌리면 들린다. 그는 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이비인후과만 다녀오려 했는데, 진지하게 링거를 맞을까 고민 중이다.
그의 말이 아니었다면, 오늘도 무리했을 것이다.
금요일 밤까지 마감인 과제가 있다.
전공책 두께 책 한 권 다 읽고, 질문 10개에 답을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ppt를 만들어서 발표준비를 해야 한다. 이 과제가 무거웠나 보다. 그 무게가 지금 이 순간 내 피로감의 무게만큼 무거운가 떠올려본다.
나에게 질문했다.
지금 내 몸 상태가 더 무겁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랬구나! 내가 힘들어하고 있었구나!'
나처럼 '무리하는 나'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나를 지켜봐 주는 이가 필요하다.
남편은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
*남편 말로는 엔진오일에 이상있으면 바로 정비소에 가야하겠지만, 냉각수 문제라면 오늘 당장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오늘은 병원에 가야지.
*사진출처: Pixabay로부터 입수된 For commercial use, some photos need attention.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