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눈물
2024.4.4 목
“생리유도주사 맞고 가셔요. “
갱년기 검사를 받으러 갔었다.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1월부터 지금까지 생리를 하지 않았다. 일단 자다가 자주 깬다. 피로감은 항상 느끼는 거고, 기분이 한동안 우울하긴 했다. 혼자 운전하고 가면 갑자기 더웠다가 추웠다 하기도 한다. 자면서도 그랬다. 여성이면 누구나 겪게 될 일이니, 지금 즈음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은 장단점이 있으니까.
“선생님, 저는 별로 맞고 싶지 않은데요.”
“그래도 지금은 이른 감이 있어서요.”
초음파를 해보니, 자궁벽의 두께가 애매하다고 했다. 부풀어 올라있으면 생리직전이고, 아주 얇아져있다면 갱년기가 시작되었다고 확실히 할 수 있는데 지금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이라고. 그래서 선생님은 생리유도 주사를 권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내 몸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수납하고, 주사실로 이동했다. 친절한 간호사선생님을 만났다.
“이 주사는 양이 많아서 오른쪽 왼쪽 양쪽 다 맞아야 해요. 그리고 진득한 주사약이라서 맞고 나서도 잘 문질러 주셔야 해요.”
맞고 나서 수시로 문질러 주었다. 또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지만.
현재 주사를 맞고 난 후, 7시간이 지났다. 아랫배 쪽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수시로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데, 이미 주사는 내 몸속으로 들어갔다.
2주 동안 생리를 시작하지 않으면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혹시나 시작하면 딱 3일째 병원에 갱년기 검사를 하러 오라고. 이랬든 저랬든 산부인과를 한번 더 가야 한다.
한동안 잠을 못 잤기에, 병원 다녀와서 쉬려고 했다. 주사를 맞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이렇게 꽃이 아름다운 날, 또 누워있을 수만은 없지. 좋아하는 카페로 갔다.
내일까지 마감인 가계부정리를 하고, 영화를 한 편 봤다.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40분을 운전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울음은 점점 커졌다. 급기야 엉엉 소리 내며 울었다.
내 몸에게 미안해졌다.
‘그동안 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구나!‘
작년 전세자금을 못 돌려받았을 때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었던 거 같다. 머리로는 내가 해결할 수 있다고 나에게 세뇌시켰다. 이렇게 저렇게 해결되었다. 그 후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 일도 있었다. 생각해 보니까, 쉬지 않고 일도 하고 상담 수련도 받았다.
‘해야만 하는 일’을 중심에 두고 움직였다. 나를 왜 이렇게 바쁘게 만드는지 모른 채 그 상황 속에 내 몸을 던져두었다. 머리가 앞서나가면서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두고 몸에게 그 상황을 견디라고 강요했다.
그래서 몸이 버티지 못했나 보다. 작년 10월에도 크게 아팠다. 그때는 허리와 다리 쪽이었는데, 이제는 몸 안쪽에서 파업을 하고 있다.
‘나를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
월요일 상담을 하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내담자분들이 계속 울기도 했지만, 상담자인 내가 이렇게 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온전히 나를 위해서 울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우는 것도 아니고,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우는 것도 아닌, 내 마음을 돌보면서 흘리는 눈물이 필요했다.
그야말로 엉엉 울었다.
그리고 미안했다.
과거 나를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나에게 마음속으로 말했다.
‘너를 돌보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는 너를 소중히 여길게.‘
이 작업을 하고 나니, 마음속에서 한 문장이 떠올랐다.
’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이들은 이런 내 말을 정말 싫어하지만.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굳이 떠올려보자면 난 60대 정도면 마침표를 찍기 좋은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딱 70세까지.
그래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하는 마음도 있다. 앞으로 20-30년이니, 남은 날 동안은 하루하루 열심히.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열심히만 생각했지, 내 몸을 소중히 생각하지 못했다. 내 마음도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
이제는 이 문장도 품고 살아가려 한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