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잡고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2024.3.11 월
'흔들다'와 '흔들리다'
'흔들다'의 여러가지 뜻 중에 '조용하던 곳이나 물체에 커다란 움직임이나 큰 충격이 일게 하다.'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흔들리다'는 '상하나 좌우 또는 앞뒤로 자꾸 움직이다.'와 '조용하던 곳이나 물체에 커다란 움직임이나 큰 충격이 일게 되다. ‘흔들다’의 피동사라는 뜻이 있었다. 피동사는 '남의 행동을 입어서 행하여지는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라는 뜻이었다.
'흔들리다'는 누군가 흔들면, 흔들리게 된다는 뜻일 수도 있고, 자꾸 움직인다는 뜻도 있었다.
예전에는 흔들리는 건 좋지 않게 보았다. 내가 나를 바라볼 때, 자기 중심성이 없는 나약한 사람으로 느끼는 걸 '흔들린다'고 느꼈나보다. 어떤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그러셨다. "스스로를 대나무라고 생각하나요? 단단하면 부러져요."
과거 나는 내면이 비어있는 걸 가리기 위해서 단단한 척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여름 풍경이 떠올랐다. 태풍이 몰아치면 강가의 갈대들이 쓰러졌다. 비바람의 시간이 지나가고 햇볓을 받으면 갈대들이 살아난다. 오히려 굵은 나무들은 뿌리째 뽑히는데, 갈대들은 조용히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연을 보고 알게 되었다. '흔들리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는 지키는 방법이구나!' 하고 말이다.
내 생활에서 중요한 문장이 두 개가 있다.
"현재가 선물이다."와
"흔들리듯 유연하게."이다.
내가 내 모습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두 가지 이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내가 선물이라 여기는 건 지금 이 순간 뿐이다.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현재의 선택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좋다.
그러면 지금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흔들리면서 내 자리를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가끔 떠올린다. 큰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서 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누워있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긴 세월을 그 자리에서 피워내기 위해 애썼을 것이다. 단단함이 좋긴 하지만, 어느 한 순간 스스로를 포기해야하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흔들리고 흔들리며 내 고유한 뿌리가 더 깊어지는 상상을 한다. 뽑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진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wal_172619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