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산다는 것
2025.1.9 목
하루 일과(오전만) 적어보면 이렇다.
6:30 - 7:30 조식
7:30 - 8:30 휴식 및 등교준비
8:30 - 9:00 복습
9:00 - 9:30 어학원으로 이동
9:30 - 9:50 대기시간 및 교실로 이동
9:50 - 10:40 Reading
10:40 - 11:30 공강시간
11:40 - 12:30 Vocabulaly
리딩 시간이 끝나고 공강시간이라 자습실로 이동하는데 복도에서 둘째 아이와 마주쳤다. 사실 1:1 수업 교실이 바로 옆이라 만날 수밖에 없다. 아이는 월요일 레벨테스트 때부터 힘들어했다.
“엄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솰라솰라하는데 모르겠어요. 화장실 가고 싶은데 못 갔어요.”
화장실 가고 싶다는 표현을 알려주고, 지금 어렵다는 단어도 알려주었다. 하루 8시간씩 화, 수 이틀이 지나 3일 차이다. 숙소에 돌아오면 두 아이가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영어에 대한 노출이 워낙 적었던 터라 굉장히 쉬운 단어만 사용하지만,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이렇구나 느끼는 중이다.
매슬로의 욕구위계 중에서
가장 1단계가 생존의 욕구가 아닌가.
여기서는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등 아주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려면, 영어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영어를 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 어학연수를 가는구나 싶었다.
나 또한 그랬다. 화요일 첫 수업에서는 세 분 선생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는데, 3일 차인 오늘에서야 조금씩 들린다.
이 이유를 분석해 보면 이렇다.
첫째, 온몸의 긴장도가 낮아졌다. 처음에는 잘 알아들으려고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어제 남편이 카카오톡으로 말했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말을 해봐.’ 그 순간 알아차렸다.
‘또 잘하려고 하고 있었구나!’
둘째, 영어가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는 커피 한잔, 밥, 세탁을 맡기는 것 모두가 영어다. 사용해야만 하니까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셋째, 왜 영어를 해야 하는지 이유가 더 절실해졌다.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영어 논문을 읽을 수밖에 없다. 석사 때는 안 읽으려고 애써 노력했지만 이제는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왕 하는 거 영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고 있다.
30일이 지나면 어떻게 달라진 나를 만나게 될지 기대하는 중이다.
어제 쓴 ’기대‘가 부담이었다면,
오늘 쓴 ‘기대’는 희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