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어학원 센터장님이 알려준 진실
2025.1.14 화
주말 숙소 옆 쇼핑몰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Good afternoon!”이라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해도 직원 몇 명이 나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특히 계산원은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혼란스러웠다. 그 순간, 과연 내가 이 나라를 좋아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평소 웬만한 나라들을 여행하면 금방 만족하는 편이고, 우리와 다른 문화를 이미 알고 간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지인들의 생활 방식에 항상 호기심을 가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 경험은 그런 나의 ‘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했다. 혹시 내가 나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이 나라 사람들을 좋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우리 어학원 내 다른 회사의 센터장님과 차량을 함께 타게 되는 일이 있었다. 나는 원래 질문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렇게 물었다.
“혹시 필리핀을 좋아하는 이유 3가지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이 나라를 좋아하고 싶거든요.”
그 후, 쇼핑몰에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센터장님께서 첫 번째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가 며칠 동안 어머님을 뵈면서 느낀 건데요, 혹시 마스크 쓰고 쇼핑몰에 가셨나요?”
“네, 제가 햇빛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으려고 하고 있거든요…”라고 답하자, 센터장님이 이어서 말씀하셨다.
“아마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여기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심각한 질병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죠. 어머님께서 마스크를 쓰고 계셨다면, 아마도 그 때문에 필리핀 사람들에게 그런 반응을 받으셨을 가능성이 있어요.
사실 한국 사람들과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는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영어로 소통하다 보니 생각이나 의견,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게다가 여기에서도 영어는 외국어라서, 그런 점이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죠.”
그분의 설명은 꽁꽁 얼어있던 내 마음을 서서히 녹여주었다.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느낌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공부만 하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같은 숙소에 머무는 어머님 한 분과 함께 차 한잔하러 다시 옆 쇼핑몰에 갔다. 이번에는 마스크를 벗고서. 내 느낌이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주말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주로 눈으로 대화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얼굴 전체를 보며 대화하는 편이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되었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내 얼굴이 햇볕에 타는 걸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걸까.
나는 햇볕에 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편이다. 갈색 반점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기에, 그동안 미용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실내에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마스크를 벗기로 마음먹었다.
어디에서든 오해는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