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는 것
2025.1.17 금
수업시간 종이 울렸다. 1교시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아서 궁금해하고 있던 중, 예쁜 필리핀 선생님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My name is Lorns!”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밝게 웃으셨다.
살다 보면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임시선생님은 내가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해주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은 책을 펴기 전에 혹시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물으셨다. 사실 나는 항상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이런 대화를 별로 원하지 않았다. 내가 스몰토크를 시도하려고 하면 바로 책을 펴는 동작으로 진도를 나가곤 했다.
하지만 오늘의 선생님은 달랐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도 좋다”는 말씀에, 나는 조심스럽게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선생님은 사랑을 유지하려면 신뢰와 서로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다른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그걸 기억하지 못해 아쉽다.)
그 후로도 우리는 꿈에 대한 이야기, 전공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여행을 간다면 어느 나라로 가고 싶은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런 수업이었다. 알고 보니, 나는 책에 나오는 단어들보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그동안의 선생님들은 나에게 이런 재미를 일깨워주기엔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의 선생님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낯선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문법과 단어를 익히는 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 후의 두 수업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특히 두 번째 수업은 2주 내내 내가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 선생님과 나는 잘 맞지 않았다. 물론 그분은 다른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선생님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오늘 45분간의 수업은 너무 에너지가 소진되어 5분 일찍 마쳐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속으로 ‘이 수업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선생님을 바꾸고 싶었지만,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마침내 대안을 찾은 느낌이었다.
임시선생님과 잘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고, 일단 그분의 수업 스케줄을 확인했다. 다행히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비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원장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그동안 수업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오늘 임시선생님과의 수업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리고 그분의 스케줄이 비어 있다는 점을 솔직히 말씀드렸다. 원래 선생님 지정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 규칙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던 중 울컥하고 눈물이 맺히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번째 타임 수업이 나에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발음이 잘 들리지 않아 매번 좌절했고, 내가 영어를 정말 못한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임시선생님과의 수업에서는 발음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모르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설명을 요청할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잘 맞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 Lorns 선생님이 해주신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말이다.
“누군가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경험이라 생각해요.”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오늘 하루를 통해 느낀 점은 단순히 “수업”이란 학문적 지식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성향과 스타일이 있듯, 가르침과 배움에도 궁합이 존재한다. 모두가 내게 맞는 선생님이 될 수 없지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효과는 배움을 넘어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된다.
삶에서 중요한 건 단지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고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것이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게 돕는 사람과의 만남은 배움의 여정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 된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나는 앞으로도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내게 맞는 방식과 방향을 찾아가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사람들과의 연결 속에서 나를 더 잘 알아가는 여정은, 어쩌면 배움의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