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넘어,마음을 잇는 대화
2025.1.20 월
12시 30분, 수업종이 울린다. 점심시간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수업종소리를 듣고 놀랐다. 소리 크기가 남달랐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지루한 수업에서는 벨소리가 더없이 반갑고, 즐거운 시간에는 아쉬움을 몰고 오는 소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vocabulary 시간은 나에게 지루함 그 자체였다. 선생님은 산만했고, 나는 혼자 영어 문장들을 읽어 내려갔다. ‘이게 같이 하는 수업인지 혼자 하는 수업인지 모르겠네.’ 혼란스러웠다. 때로는 ‘이럴 거면 차라리 한국에서 하는 게 낫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아듣지 못하니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은 다음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늘은 조금 달랐다. 선생님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삶에 대해 토론했다. ‘외상 후 성장’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의 트라우마 경험도 들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런 대화였다. 단순히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는 시간.
나는 앞으로 몇 년간 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 상담을 하고 싶다. 내년에는 현재 근무 중인 대학교 상담실 외에, 국립대학교 상담실의 외국인 상담 전담 객원상담원에 지원해볼 생각이다. 올해는 그 준비를 하려 한다.
우선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여러 시험 중 하나에 도전하려고 계획 중이지만, 아직은 초보 수준이다. 대학교 시절 토익 시험 이후로 영어 공부는 손을 놓았다. 사실 영어는 내가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영역이었기에 오랫동안 피했다. 나의 실수를 들키는 게 두려웠고, 그래서 오직 한국어로만 의사소통하려 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금도 영어는 나에게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이제는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다.
내 발음은 지나치게 정직 해서 한국인도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있다. 거기에 부산 사투리 억양까지 섞였으니 외국인들이 알아듣기 힘든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만난 선생님은 천천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리고 본인의 발음도 나에게 명확히 다가오도록 조절해 주셨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이렇게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감사했다.
언어가 같다고 모두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언어를 써도 연인, 부부,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생긴다. 오늘 우리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이해했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 중 유시민 작가님이 삶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있다. ‘일, 놀이, 사랑, 연대’. 이 네 단어를 항상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경험은 이 중에서도 연대 의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삶은 단순히 나 혼자 이루어갈 수 없다. 사람과 사람 간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연대감이 모여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언어를 넘어 마음이 통하는 대화는 이 세상에 연결을 만들어 준다. 그런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