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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선물

기분 전환 방법

by 스타티스

2025. 4. 29 화


애정하는 나무 중 하나, 튤립나무

어제의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의 상태였다. 일요일 중간고사가 오후 6시 40분에 끝나고, 줌미팅까지 9시 넘어 마치면서 격렬하게 피곤한 상태가 되었다. 월요일 상담센터에 출근에서 10시, 1시, 5시 상담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담자는 내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상담에서 상대방의 말과 마음을 담아내는 ‘나’ 상담자 자신의 상태가 상담에 영향을 미친다.


상담자의 마음이 어려울 때는 ‘교육분석’을 받기도 한다. 현재 또 애정하는 선생님께 교육분석을 10회기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예전만큼 깊은 지하 30층의 상황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지상으로 올라와서 한 사람으로 사회 속에서 내 몫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 나 스스로 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어떠한 영역이 미제로 남아있다. 이제 그 영역을 두드릴 용기가 생겼다. 아마도 이제는 ‘성취’뿐 아니라 ‘즐거움’의 영역을 돌 볼 수 있게 되어서겠지.


가끔은 예전의 그 우울, 지하 세계로 다시 들어갈 거 같은 무거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나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선택을 한다.


‘반나절 여행’이다.

내일 대학교 특강을 준비하면서, 한쪽 머리는 계속 일하고 있는 느낌이다. ‘강의 스크립트는 어떻게 하지? 교안 기본틀은 있지만, 어떻게 수정하지? 그 심리검사 내용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 들게 할까? 내일 오전 11시 26명의 심리검사 결과를 받게 되면, 어떻게 강의 중에 활용할까?’ 등등


한글을 펴놓은 노트북 모니터처럼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가, 이어지기도 하고 지워지기도 한다. 2023년에는 어떻게 매주 2시간씩 1년 동안 강의를 갔을까?

새삼 그때 나에게 ‘너 그때 진짜 수고 많았구나?!!’ 위로를 보내기도 했다. 뒤늦은 인정도 함께 말이다.


사실 내일 특강 2시간은 예전처럼 압도될 만큼 부담감은 아니다. 이미 한번 강의했던 내용이기도 하고, 큰 흐름은 담당자분과 의논해서 정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고민은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이다.


분명 학생들은 원하지 않는 수업일 것이다. 그저 학교 여러 가지 수업 중에 선택의 여지없이 들어야 하는 여러 수업 중 하나일 것이다. 자발적으로 온 수강생들이 아니다. 이미 2020-2022년 중고등학교 진로집단상담 나갔을 때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그 친구들을 어떻게, 그나마 미약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할까에 대한 고민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고민들이 한편 머릿속에서 피어나고 사라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지칠 때도 되었다. 1월부터 지금까지 떠올려보면, 하루를 집에서 뒹굴거리며 쉰 적이 없다. ‘열심히 살아왔구나!’ 무심코 나 자신을 칭찬할 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오늘 반나절 여행에서,

충분히

나를 알아주었다.


(왼)할일을 끝낸 나뭇잎, (오)단풍나무 꽃
이팝나무꽃


이 중에 단풍나무 꽃을 좋아한다. 그것도 매우 매우. 벚꽃이나 이팝나무꽃처럼 눈에 띄게 강렬하게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 하지만 단풍나무 꽃은 자세히 들여다봐야지 보인다. 나처럼 알아주는 이가 있어야지 그제야 ‘나 꽃이야.’라고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래서 참 좋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가 점점 자라서 가을에 바람에 날리기까지 몇 달의 시간을 보낸다. 단풍나무는 꽃보다 열매가 더 눈에 띈다. 몇 달의 노력의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가을에 모든 잎에 떨어지지 않는다. 몇몇 단풍잎은 다음 해 봄까지 달려있기도 하다. 이러한 ‘미련’도 참 좋다.


단풍나무를 좋아해서인지, 몇 년을 관찰했다. 어딜 가든 단풍나무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어떠한 모습인지 가까이 가서 본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예쁘다고 읽어준다.


사실, 예전에 나는 그러지 못했다. ‘힘든 나’에게 집중되어 있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그럼 그때, ‘나’는 제대로 알았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나와 조금 거리 두기를 시작하니, 내 모습도 보이고, 주변도 보인다. 이제야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단풍나무를 들여다보듯이

나를 보고 있다.


요즘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지금도 충분하다고.

현재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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