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식 : 반복되는 나의 오랜 이야기

내 안의 패턴을 이해하고,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

by 스타티스

2025.6.5 목


"나는 왜 늘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받을까?"
"왜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를 망쳐버릴까?"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불안해지는 이유는 뭘까?"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안에는 한 가지 공통된 구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도식(schema)이다.
특히 초기 부정응적 도식(EMS: Early Maladaptive Schema).


도식은 내 마음의 오랜 생존전략이다


‘도식’이란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고유한 틀이다.
그 중 초기 부정응적 도식은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기본 정서 욕구가 반복적으로 충족되지 못하면서 생겨난
깊고 넓은 인지적·정서적 패턴이다. 이 도식은 현실을 왜곡하고, 감정과 행동을 자동적으로 유도하며, 결국 비슷한 상황과 고통을 반복하게 만든다.

더 깊은 문제, 더 오랜 고통, 더 만성적인 상처를 설명할 수 있는 심리학적 개념이 바로 이 ‘도식’이다.


도식은 어떻게 생겨날까

아이는 누구나 다음과 같은 정서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다.
안정적인 애착, 자율성과 자기표현, 현실적 한계 경험, 자기중심적 욕구의 조절, 그리고 현실적이고 유연한 기준 등. 하지만 이 욕구가 반복적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만의 ‘생존 해석’을 만든다.


“나는 사랑받지 못해.”
“세상은 위험해.”
“나는 뭔가 잘못된 존재야.”


이런 해석이 깊어지고 반복되며 도식으로 굳어진다.



Jeffrey Young은 이러한 도식을 5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18가지 도식으로 설명한다.



1. 안전하고 안정된 애착의 결핍 (Disconnection & Rejection)


이 영역의 도식은 “나는 사랑받을 수 없다”, “사람은 결국 떠난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정서적 박탈 : "어차피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 못해."

: 공감, 보호, 따뜻함 같은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버림받음 / 불안정한 애착 : "사랑을 주면 버려질 거야"

: 가까운 사람은 언젠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불안.


불신 / 학대 : "사람을 믿으면 반드시 다친다"

: 타인은 결국 자신을 이용하거나 해칠 것이라는 기대.


결함 / 수치심 : "나는 뭔가 잘못됐어."

: 자신이 결함 있는 존재이고,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는 믿음.


사회적 고립 / 소속감 결여 :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 집단이나 사회 안에서 자신이 다르거나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도식.


2. 손상된 자율성과 성과(Impaired Autonomy & Performance)


이 영역의 도식은 “나는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실패할 존재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의존 / 무능감 :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해"

: 스스로 결정하거나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고 느낀다.


취약성에 대한 두려움 : "언제든 일이 터질 수 있어"

: 사고, 질병, 통제 상실 등 재난에 대한 과도한 불안.


억제된 자아 / 미분화된 자아 :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흐릿하고, 정체감이 약한 상태.


실패 : " 나는 안될 사람이야"

: 결국 무능함이 드러나 실패할 것이라는 신념.



3. 손상된 한계 (Impaired Limits)


이 영역은 자기통제, 책임감, 현실 수용 능력이 부족한 경우다.


자기중심 / 특권의식 : "내가 원하면 당연히 받아야지"

: 자신은 특별하므로 규칙을 따를 필요 없다고 느낀다.


자기통제 부족 / 자기규율 결여 : "참는 건 나랑 안 맞아"

: 충동, 감정, 욕구 조절이 어렵고 인내력이 약하다.



4. 타인지향성 (Other-Directedness)


이 영역의 도식은 자신의 욕구보다 타인의 욕구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다.


복종 : 싫다고 말하면 관계가 깨질 거야."

: 버림받음이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의지에 따름.


자기희생 : "괜찮아 너만 행복하면 돼"

: 타인의 욕구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제함.


승인추구 / 인정욕구 :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가장 중요해"

: 타인의 인정, 칭찬, 외형적 성공에 지나치게 의존함.



5. 과잉경계 및 억제 (Overvigilance & Inhibition)


이 영역은 자발성, 유연함, 감정 표현이 억제되어 있는 상태다.


부정적인 정서 억제 : "감정을 드러내면 약하게 보일거야"

: 불안, 분노, 슬픔 등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 함.


과도한 기준 / 지나친 비판 : 항상 완벽해야 해."

: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실패에 민감함.


형벌적 태도 : "실수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 실수나 잘못에 대해 스스로와 타인을 가혹하게 벌함.




도식은 ‘내 잘못’이 아니다
이 모든 도식은,
어린 시절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그 시절 생존하기 위한 마음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전략이 오히려 나를 해치고 있다면 이제는 바꿔야 한다.

도식치료는 그 오래된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 속의 어린 나를 위로하고, 지금의 나로서 새롭게 선택해보는 여정이다.


도식을 넘어서, 나답게 살아가기


우리는 결국 ‘도식’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식’ 너머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다.

그 첫걸음은, 내가 어떤 도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도식이 내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겨왔는지를 이해하는 것. 그 다음, 천천히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보기 위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 길의 끝에는,
타인에게 끌려가지도,
과거에 갇히지도 않고,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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